◎향후 경제정책운용에 큰목소리/과도기불구 통화긴축 계속유지정부는 조순 전 부총리를 차기 한은총재로 사실상 내정,발표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총리의 한은총재 기용은 이제까지의 정부인사 관행상 아주 파격적인 것으로 여기에는 인사권자인 노태우대통령의 각별한 「뜻」이 숨겨있는 것 같다.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 등 개혁정책을 추진하다 물러난 조 전 부총리는 아직도 일반국민들 사이에 개혁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데다 「산신령」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청렴하고 고고한 인물인데다 소신을 굽히지않는 고집불통이다.
또 서울대교수 시절에는 재무부와 한은이 중앙은행 독립문제로 싸우고 있을때 중앙은행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장문의 논문을 서울 경제신문에 기고,한은측 인사들이 이를 「독립운동」의 이론적 기초로 활용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성향과 경력을 가진 조 전 부총리를 경제의 핵심인 「돈줄」 관리자로 재기용,▲중앙은행 독립이라는 선거공약 실천을 가시적으로 마무리짓고 ▲집권후반기의 경제정책을 안정기조로 운용하며 ▲정권교체기에 있을 수 있는 통화신용 정책상의 혼란을 방지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한은의 위상제고와 함께 경제정책 운용상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은 한은총재가 경제장관회의에 옵서버자격으로 말석에 참석,구색맞추는 역할밖에 하지않고 있다. 그러나 조 전 부총리가 총재가 될경우 경제장관회의 의장을 지낸 거물급 인사여서 어떤식으로든지 의전상의 변화라도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조 전 부총리는 퇴임후에도 노 대통령에게 비공식적인 자문활동을 활발히 했을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어 중앙은행 총재라는 간판을 달경우 청와대출입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경우 경제기획원 재무부 청와대(경제수석)로 짜여진 현재의 경제정책 운동구도에 변화가 생겨,한은이 한자리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종인 청와대 경제수석과 조 전 부총리와의 개인적 친분면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통화정책의 긴축기조가 앞으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전 부총리는 알아주는 통화긴축론자인데다 경제안정론자이다. 중앙은행 총재가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행정부가 방만한 통화정책을 운용하려할 경우 견제역할은 충분히 할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부의 장관은 수시로 교체되나 한은총재는 4년의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어 통화정책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경제부처안에서도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다. 중앙은행독립의 직접당사자격인 재무부는 거물급총재의 등장을 무척 거북하게 여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은의 존재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거의 일방적으로 통화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제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거꾸로 한은은 재무부와 정반대로 환영하는 분위기.
경제기획원 상공부 등 재무부의 파워에 밀려 말못할 「수모」를 당해온 여타 경제부처에서도 재무부의 견제기구가 생긴다는 점에서 은근히 좋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운용에 사공이 많아지는 결과가 되어 신속한 정책대응이 안될경우 적지않은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건 한은총재의 임기만료일은 오는 25일이나 인사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전 부총리의 총재기용에 따른 한은의 역할 재조정이 이루어지는대로 공식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총리가 한은총재에 임명될 경우 최각규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용만 재무장관과 함께 경제정책운용의 핵심 3자리가 모두 강원도출신 인사들이라는 점도 이채롭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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