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 통제속 언어습득 최적/인종마찰·외박… 탈선소지도/한국학생끼리 구타도… 규율 나쁜학교 피해야지난해 12월 동부의 모고교로 유학온 A모군(16)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미국의 사립학교는 거의 기숙사학교(보딩스쿨)다.
이들 기숙사 학교는 「세계 각국,미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법을 배우도록 한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로 꼽는다. 미국 부모들은 무엇보다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자녀를 기숙사 학교에 보낸다.
한국 학부모들은 탈선·방황 등을 우려해 『통제가 엄격하므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숙사 학교를 선호한다. 『사립학교는 수준이 높아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미국 아이들과 지내니 영어를 잘할 수 있고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아 좋다』는 것도 주요이유이다.
A군은 학교에서 배정해준대로 미국 학생 1명과 방을 쓴다. 3∼4명 정도의 방에는 침대와 책꽂이가 달린 책상,옷장이 방향이 엇갈리게 배치돼 있을뿐 아무런 장식이 없이 매우 단조롭다.
A군의 책상 위에는 작은 오디오세트와 가족사진 3장을 끼운 조그만 액자가 놓여져 있다. 이 학교에 온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A군과 마찬가지로 오디오세트를 갖고있다. 5백∼7백달러의 꽤 비싼값이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잊기엔 음악이 최고이다.
A군은 서울 모고교에 입학하자마자 합창부에 들었다가 선배들로부터 팔이 부러질 정도로 날마다 얻어맞았다고 한다.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쌓여 심한 위장병을 얻은 A군은 끝내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집에 있는 동안 선배들에게 잡힐까봐 바깥에 나가지도 못했던 A군은 아버지가 해외근무를 한뒤 돌아와 아들을 유학 보낸 친구와 의논한뒤 유학을 권유해 미국에 왔다.
『한국을 원망한다』는 A군은 『힘들지만 모든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A군의 학교생활은 상오 6시50분부터 20분간의 아침식사에서 시작된다. 하루 세끼 모두 양식이지만 한국에서도 햄버거 등을 좋아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가끔 한국학생 선배들과 어울려 학교 앞 마을에 있는 중국식당에 가거나 저녁에 피자를 배달시켜 먹는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35분간 교실바닥을 닦거나 칠판을 지우고,그릇을 씻는 등 각자 주어진 일을 해야한다. 학교는 이런일을 통해 집단생활에서 개인의 기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준다.
과목마다 교실을 옮겨다니는 이동식 수업은 상오 8시에 시작해 하오 3시면 끝난다. 과목수는 영어·수학·유럽현대사 등 5개로 한국의 3분의 1밖에 되지않는다.
운동이 없는 날은 수업이 끝나더라도 여유가 없다. 미국학생들이 30분 걸리는 공부에 5∼6시간을 들여도 힘든 A군은 도서관이나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지낸다.
벽에 수영복 차림의 여자사진 등을 덕지덕지 붙여놓아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같은 방 동료가 가끔 공부를 도와준다. 사립학교를 다니는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부유층 자녀로 공부를 잘하지만 문제학생도 상당수이다. 말썽꾸러기를 아예 기숙사 학교의 통제에 맡겨버리는 부모도 있으며 이혼한 부모가 서로 양육을 꺼리거나 자녀쟁탈전을 벌여 할 수 없이 기숙사 학교에 온 학생도 많다. 이런 학생들은 한국학생 등에 대해 인종차별을 일삼는다.
거꾸로 한국학생들이 인종차별을 하기도 한다. 지난 90년 뉴욕 인근의 모기숙사 학교에서는 한 한국남학생이 데이트 신청을 하는 흑인여학생에게 『나는 귀족이다. 깜둥이하고는 어울릴 수 없다』고 말해 격분한 전체 흑인학생들이 데모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부랴부랴 한국에서 온 부모가 빈대떡 등 한국음식을 사갖고 가 파티를 열어주고 무마시켜야 했다.
A군이 다니는 학교는 담배냄새만 나도 퇴학시킬만큼 규율이 엄하지만 느슨한 사립학교도 많다.
지난해 11월 동부의 S고교는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한국유학생 11명 전원에게 주말외박을 허가했는데 이들이 다음주 목요일까지 학교에 들어가지 않아 큰 소동이 빚어졌다. 한 부모는 『1년에 3만6천달러의 학비를 받는데도 기숙사에 물이 새고 음식에 바퀴벌레가 나온다』며 알선했던 유학원에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유학생들은 기숙사 학교의 통제를 견디다 못해 『음식이 나쁘다』『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엉뚱한 불평을 한다. 어떤 부모는 이를 무조건 믿고 공립학교로 옮겨주는 경우도 있다.
교육전문가인 교포 C모 박사는 『자유시간이 너무 많거나 과외활동이 미약하고 규율이 엉망인 사립학교도 많고 한국학생들끼리 기합을 주고 때리는 학교도 있다』며 『무조건 사립학교를 믿을게 아니다. 정확한 정보를 갖고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뉴욕=손태규특파원>뉴욕=손태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