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장애인들이/가해재소자 위문공연/한국교통장애인협,영등포구치소 찾아/“누구나 순간 실수로 참변”/사고경험 들려주며/함께 양보 거듭다짐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은 제도와 시설 개선만으로는 어렵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투자와 안전의식을 높이는 노력이 더 긴요하다. 누구나 한순간의 과오와 실수로 교통사고의 피해자나 전과자가 될수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교통장애인협회는 이런 믿음을 갖고 교통사고를 내 구속된 재소자들을 지난달 29일 위문하고 돌아왔다. 90년 1월 창립이후 사고예방·장애인재활을 위해 각종 활동을 벌여온 협회의 가장 의미있는 행사였다.
회장 임통일씨(39·총회 신학대교수)와 장애인가수 등 일행 8명은 기결수·미결수 등 3백여명의 가해운전자가 수감된 영등포구치소를 방문,정성이 담긴 선물을 나눠주고 위문공연을 했다. 하오1시30분께 구치소에 도착한 일행은 재소자들을 한데 모을 장소가 마땅치 않아 구치소 방송실에서 방송공연을 했다.
노래방송은 구치소측의 배려로 다른재소자 2천여명까지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구치소 방문에 선뜻 응한 유상훈씨(29) 등 장애인가수들은 「똑바로 보고 싶어요」 「나는 염려없네」 등 장애인들의 희망을 담은 노래를 기타반주로 들려주며 모든 사고 장애인들의 바람이 재소자들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했다.
교통사고는 아니지만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쓰는 배은주양(25)은 『나같은 장애인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심껏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 협회 총무과장 신벽향씨(27·여)는 인사말을 통해 91년에 25만7천8백6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사상 최다인 1만2천8백74명이 숨지고 32만3천6백30명이 부상했으며 부상자 3명중 1명꼴인 연간 10만여명 이상이 평생불구로 살고있다고 알려주었다.
신씨는 이어 협회의 활동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은 바로 운전자 자신을 위한 것인만큼 모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연이 끝난 뒤 임 회장 등 위문단 일행은 구치소측의 특별배려로 강당에서 김모씨(29·택시운전사) 등 재소자대표 3명을 면회하고 한방비누와 교양도서 등 선물을 전달하는 한편 자신들의 교통사고 경험을 털어 놓는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인사사고를 내고 수감중인 김씨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사고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잘 알게 됐다』며 앞으로는 철저한 양보운전으로 사고를 내지않겠다고 다짐했다.
재소자 대표들은 교통사고 장애인들이 자살을 기도하는 등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파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듣고 모두 숙연해지며 출소후 교통사고 줄이기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이 자리의 참석자들은 「고향의 봄」을 합창한 뒤 아쉽게 작별했다. 15세때 교통사고를 당해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임 회장은 『사고를 10건만 줄여도 3∼4명의 평생장애인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교통사고 줄이기를 위한 적극적 실천을 강조했다.
교통장애인협회는 정회원 2천5백여명과 가족 등 1만여명의 회원이 전국에서 월 1회 가두캠페인을 벌이고 뺑소니피해자 지원도 하고 있다.
또 피해자들에게 사고처리에서 보상까지를 무료로 상담해 주는 「늘푸른 상담실」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연락처는 6312510 9290801<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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