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주변 건축고도 백m제한 최근 해제/동경역 중심 대대적 고층신축붐 일듯【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 왕궁주변의 건축물 고도제한이 없어져 최근 동경역을 중심으로한 중심상업지역에 고층건물 신축붐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고도제한이 명문화된 것은 아니었지만 「높은데서 왕궁을 내려다보는 것은 불경」이라는 인식이 불문율처럼 작용해왔다.
동경역일대 마루노우치(환지내) 오테마치(대수정)거리는 「일본의 월가」로 불리는 금융·상업의 중심지. 미쓰이(삼정) 미쓰비시(삼릉)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와 대표적인 금융기관 본점들이 밀집해있는 이 지역은 땅값이 비싸기로도 유명한 곳이어서 기업주들은 한뼘이라도 높은 사옥을 짓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이지역 빌딩의 높이는 아슬아슬하게 1백m를 밑돈다.
지금 재건축공사가 한창인 국제전신전화(KDD) 오테마치빌딩은 99.2m,야스다(안전)생명·후지(부사)은행 공동빌딩과 다이이치(제일)생명보험·농림금고 공동빌딩은 99.9m이다. 건축주들은 터가 비좁아 옆회사의 땅과 합쳐 20층이 넘는 빌딩을 지으면서도 1백m를 넘기지 못하는 이유를 『법적근거는 없지만 관례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관례」란 22년전에 있었던 고도논쟁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경화재해상보험은 1966년 궁성앞에 31층 1백28m 높이의 사옥을 신축하려 했다. 동경도는 건축기준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민간인으로 구성된 건설심사회는 이를 승인했다.
이 문제가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되자 사토(좌등영작) 당시 총리는 『초고층건물은 궁성앞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동경도 편을 들었다. 딱잘라 말하지는 못했지만 『꼭대기에서 국왕이 사는 곳을 내려다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최근 1백28m 높이의 고층빌딩이 아무 말썽없이 허가가 나와 경제계에 화제가 됐다. 동경생명보험과 다이와(대화)은행이 마루노우치에 27층짜리 공동사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권위주의의 상징적 연호였던 쇼와(히로히토왕)시대가 헤이세이(평성)시대로 바뀌면서 부당했던 건축횡포도 자연히 사라졌다. 이 시대의 변화는 이 지역에 고층건물붐을 몰고 올 것임에 틀림없다. 한때 청와대보안에 저촉된다고 해서 서울 종로일대의 건물 높이를 제한하던 일이 생각나는 시대의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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