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이후 30여만명 귀국… 의석수 10% 좌우/6월 총선 앞두고 여야 정당들 표밭갈이 안간힘구소련으로부터 몰려든 유대인 이주자들이 향후 이스라엘 정치판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조짐이다.
소련 붕괴 이후 귀국러시를 이룬 유태인들이 이제 조국의 집권리쿠드당과 제1야당 노동당의 역학관계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 89년부터 구소련에서 속속 찾아든 유대인 귀국자는 모두 30여만명선. 4백50만 이스라엘 총인구수를 감안할 경우 이들의 선택이 1백20석의 이스라엘 의석중 10%를 좌우할 수 있다.
오는 6월23일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에게는 귀국자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집단」인 셈이다.
현 이스라엘 정당별 의석분포수를 보면 리쿠드당(40석)과 노동당(39석)을 제외하고는 원내 10석 이상 규모의 당이 전무하기 때문에 기존정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구소련 이민이 정치세력화할 경우 의석규모 면에서 「제3의 당」을 결성할 수 있다. 또한 특정정당과 연합,제휴하거나 표를 몰아준다면 기존 정치판도에 변혁을 몰고올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게 분명하다.
구소치하에선 발언권 없이 눌려지내야 했던 이들은 조국의 정치풍향을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를 쥐었지만 막상 정치판 참여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련에서 반체제 인사로 활동하다 귀국한 나탄샤란스키는 『이민자들이 정당을 구성하는 것은 이스라엘 사회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이민지도자 율리 코샤로프스키는 『이스라엘 정당들은 겉으로는 껴안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으나 우리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시키는 노력은 뒷전』이라면서 이민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당창설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귀국 유대인들의 정당구성 지지율은 작년 4월의 53%보다 많이 떨어진 32%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45%는 기존정당에 그냥 투표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는 귀국자들이 자신들의 「생활터전 다지기」에 급급해 정치참여에 소극적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민자의 실업률은 이스라엘 전체 수준의 두배를 넘는 20%를 상회하고 이들 대다수가 무주택 서민으로 극심한 생활고에 허덕여 미처 정치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이주자들이 명확한 입장을 견지하지 못한채 오는 총선에서 부동표로 표류할 움직임을 보이자,리쿠드당과 노동당은 당운을 걸고 이를 흡수하기 위해 결사적이다.
이츠하크 샤미르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지난달 중순 이미 10만명의 이주자를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을 둘러보도록 하는등 대대적인 정착캠페인을 펴고있다. 노동당은 좌익경향을 띠는 당노선을 앞세워 과거 소련 정치체제에 익숙한 이들에 접근하고 있다. 노동당 지도자들은 이들과 직접 대화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번씩 러시아어를 수강할 정도이다.
이주자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30%)보다 리쿠드당(35%)을 근소한 차로 선호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주택과 고용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이같은 선호율은 상황에 따라 역전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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