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색 찾아 해마다 수천종씩/수출 국가별 선호색 달라 “골치”
색깔이 상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의류 가전제품 화장품 자동차 등 각종 제품의 신상품 개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색깔의 선택이다. 미려한 디자인과 첨단기능을 갖춘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판매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품질이 엇비슷 하다고 믿는 소비자를 제품앞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로 색상이다. 의류 화장품 등 각종 상품에 쓰이는 색상의 수는 얼마나 될까. 민예한 소비자라도 실제로 자신있게 분간할 수 있는 색은 1백가지 미만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그러나 실제로 제품에 쓰이는 색상은 인간의 감색범위를 훨씬 초월한다. 화장품업계가 매년 신제품으로 선보이는 립스틱 색상수만 1백가지 정도 되고 감색 검은색이 대부분이라고 느끼고 있는 남자 신사복의 경우 1년에 나오는 색상이 무려 8천여종이나 된다. 여성복의 경우에도 중견업체가 1년에 도입하는 색상이 5천여가지에 달해 이제까지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인 색상수가 수십만에 이를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
또한 휴지통 전화기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색상도 3천가지를 넘어 색상전문가들도 광학기계를 이용해야 겨우 색을 분간할 수 있는 실정이다.
색상의 종류가 이처럼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상품의 종류,용도,분위기,계절 등에 따라 소비자들의 색상기호가 다양해지면서 기업도 판매촉진을 위해 소비자기호에 맞는 색상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
색상개발을 위한 노력은 현대의 얘기만은 아니다. 바빌로니아에서는 귀족을 상징하는 색상인 자주색염료 1g을 얻으려고 조개 2천마리의 내장에서 극소량의 염료 원료를 추출했을 정도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염색공업의 발달로 색이 신분의 개념을 벗어나 유행을 선도하고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요소로 중요시되면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색상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
중견 의류업체인 논노의 이경희 소재기획실장은 『의류업계의 경우 1년후 또는 다음계절의 유행색을 예측 또는 창조하기 위한 경쟁은 어느분야보다 치열하다』며 『논노가 71년 회사설립 이후 올해 사용될 5천여가지를 포함,13만∼15만종의 색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재의 종류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고 체크 꽃무늬 등으로 구성된 원단의 종류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다.
1천만종은 넘어섰을 것이란 얘기다.
남성복 전문업체인 제일모직의 경우도 올 한해동안만 해도 4천여가지 색상의 원단을 사용,검은색 감색 갈색이 대부분인 남자의류 부문에서 미세한 색상의 차이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에스터수지를 생산하는 한남화학은 현재 3천여종의 색상이 다른 수지를 내놓고 있는데 매년 1백50여가지 색상이 추가되고 있다.
화장품은 특히 색상이 가장 중요한 요소. 립스틱 매니큐어 볼터치용 화장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기준이 전적으로 색상이기 때문에 한해에 제품마다 1백여개가 넘는 색상이 새로 도입되고 있는 실정.
색상에 보수적인 자동차업계도 최근에 색상개발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70년대에는 검은색이 대종을 이뤘고 80년대 초반까지 검은색 흰색 등 색상이 10여종에 불과했으나 90년대에는 각사별로 40여종의 색상이 도입되고 있다.
따라서 각사의 디자인 담당자들은 외국의 백화점 등을 방문,최근의 유행색상과 앞으로 유행할 색상을 파악,우리에게 적합한 색채를 자동차에 도입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앞으로 중형차 이상에서는 색상주문제를 도입,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에대해 최근 설립된 한국유행색협회의 신혜영과장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나름대로 색상개발을 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에 비하면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수출품의 경우 각국마다 선호하는 색상과 유행색이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기준의 색상으로 수출,바이어들이 품질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제품을 외면하는 사례가 많다. 세계조류에 보조를 같이하고 새로운 유행색을 창조할 수 있도록 색상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황치혁기자>황치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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