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이 소비예트연방 소멸로 특징 지어진 한해였다면,올해 세계최대의 문제는 아마도 「일본」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본」이 세계최대의 문제는 아니라해도,적어도 최대 논쟁거리중 하나가 될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것은 올들어 두차례 일본 정치 지도자의 망언으로 유발된 미국의 반일 감정시비만으로 예측되는 일이 아니다. 소비예트연방 소멸이후 불가피해진 국제질서의 개편,그리고 반세기 가까운 전후시대 변화의 축적이 일본으로 하여금 새로운 국제적 역할을 추구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세계최대의 수출강국이었던 독일이 「통일비용」에 쫓기는 지금,일본은 거의 경쟁자 없는 세계의 돈줄이 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한국의 수출총액과 맞먹는 7백8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렸다.
해방 반세기를 코앞에 두고 오늘 73회 3·1절을 맞는 우리는 사실상 세계최대의 경제강국으로 떠오른 일본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일본은 이제 초강대국 미국을 외교적 상식을 벗어난 말로 공공연하게 모욕할뿐 아니라,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일본은 2만2천여 병력으로 구성될 캄보디아 평화유지군에서 주도적 역할을 떠맡을 작정으로 있다. 군사기술적으로도 일본은 인공위성을 쏴올림으로써 대륙간 탄도유도탄을 사실상 개발한 상태이고,95년까지 1백여톤의 플루토늄을 도입함으로써 어느때고 핵폭탄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반일구호를 외치고 있는 동안 우리의 이웃에는 거대한 공룡의 모습으로 일본이 다시 등장하게된 것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가 공룡이라 표현하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너무나도 많다.
다같이 2차대전의 패전국이지만 일본은 독일과 달리,역사를 날조하고 과거의 죄업을 인정하지 않고 뉘우치지 않은채 국제사회에서의 복권을 노리고 있다. 일본의 놀랄만한 무역흑자도 국제사회의 상식을 비웃는 국내시장 보호가 만들어낸 불공정 흑자라는데에 문제가 있다. 그런뜻에서 미국내 일각의 마조히즘적 일본경제 예찬론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73년전 일본은 이땅에서 국권회복을 요구하는 비무장 시민들은 무참하게 학살하는 만행을 감행했다. 그 기억을 되씹으면서 우리는 일본이 국제사회에 떳떳한 강대국으로 복귀하는 것을 경계한다.
또한 우리자신 치욕적인 일제 강점기의 유산을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현실을 뼈아픈 뉘우침으로 반성해본다. 우리의 민족적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일본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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