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젖은 「사랑의 쌀」 점심/밥먹듯 굶는 30명엔 “성찬”/“하루 한끼라도 큰 축복”/온정넘쳐 다시는 굶지 않았으면…흑 백 황,각양각색의 기지촌 혼혈·사생아들이 사랑의 쌀로 주린 배와 정을 채우며 자라나고 있다.
경기 동두천시 주한 미 제2사단본부앞 철길건너 보산동 사창가에 자리잡고 있는 사랑의 공동체 「다비타의 집」에선 매일 낮12시 눈물겨운 점심상이 차려진다.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은혜로운 하나님 감사합니다 탱큐』
7평짜리 「양색시집」을 개조한 방에 둘러앉은 30여명의 기지촌 아이들은 노랫조의 감사기도에 이어 하루중 거의 유일한 식사를 한다.
아이들이 영어와 한국말을 뒤섞어가며 왁자지껄 밥을 먹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어 「영업」을 못하게 됐지만 갈곳이 없어 기지촌에 얹혀지내는 할머니 10여명도 찾아와 점심대접을 받는다.
전우섭전도사(33)와 부인 손은수씨(30)가 혼혈아들의 놀이방·공부방과 윤락여성 상담선교센터를 겸해 2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 사랑의 쌀이 전해진것은 지난해 12월말.
윤락여성들의 교화와 전업 유도를 목표로 삼았던 전씨 부부는 대부분의 혼혈·사생아들이 부모가 있든 없든 거의 버려진채 밥을 굶는것을 알고 우선 점심한끼 해먹이기에 매달렸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꾸 늘어나고 포주 기둥서방의 자식들까지 찾아와 결혼반지까지 팔아가며 몸부림쳤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서울의 몇몇 교회와 후원자들로부터 들어오는 약간의 후원금은 턱없이 부족했고 독지가들도 기지촌이라면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의 한 후원자가 찾아온 날 마침 외상쌀까지 바닥나 전씨 부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엉엉 울기 직전이었다. 이 모습을 본 후원자는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본부에 딱한 사정을 알렸다.
운동본부는 곧바로 쌀 5가마를 보내 이들의 빈 식탁을 채워주었다.
전씨는 쌀이 도착한 날을 회상하면서 『사랑의 쌀이 우리에게까지 차례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철없는 아이들은 자기들 기도대로 「은혜로운 하나님」이 주신줄로 믿으며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취학전 아이들는 거의 하루 온종일 이곳에서 전씨 부부,다른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속에서 지내고 국민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학교를 마친뒤 이곳에 와 점심을 먹고 공부를 한다.
엘리자벳,데이비드 등 이름도 제각각이고 형은 흑인 혼혈,동생은 백인혼혈 등 생김새도 딴판인 아이들이지만 이곳엔 밥이 있고 『흰둥이 깜둥이』라고 놀리는 사람도 없다.
해가 기울면 클럽들에 휘황한 네온이 켜지고 어른들은 더 바빠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예 이곳에서 잠까지 잔다. 굶주린 아이들은 아무 어른이나 보면 안아달라고 조르고 한 아이를 안아주면 모두 달려와 『나두 나두』라며 매달린다.
29일 점심때는 마침 3월에 학교에 들어가는 태호(7·가명)의 놀이방 졸업식도 겸해 기념사진을 찍고 소시지 참치통조림 등 특별반찬까지 곁들여져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전씨는 동두천 전역에 끼니를 거르는 혼혈·사생아가 2백여명은 된다』며 『미군 철수임박설과 함께 경기마저 죽어 아무도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공동체안에 있는 꼬맹이들과 아가씨들,노인들을 위해 후원해주신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 관계자들께 주님의 은총이 넘치시기를 두손모아 기도합니다」라는 감사편지를 전하는 전씨의 얼굴엔 3차연도에도 온정이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하는 뜻이 역력했다.<동두천=신윤석기자> ◎조흥은행 한마음회/성금 1백만원 기탁 동두천=신윤석기자>
사랑의 쌀 나누기 1,2차 운동때 각각 1백만원을 기탁했던 조흥은행 한마음회는 29일 3차연도 운동시작에 맞춰 한국일보사에 1백만원을 보내왔다.
조흥은행 직원들의 친목·봉사모임인 한마음회는 매월 회원들이 1천원씩 적립,쌀나누기 성금으로 기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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