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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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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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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미주(그중에서도 특히 하와이) 이민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른바 사진 결혼이다. 장가를 못간 초기이민 노총각과 국내의 처녀를 짝지어준 사진결혼은 한인의 현지정착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슬프고 기막힌 사연을 숱하게 간직하고 있다. ◆찌든 가난과 배고픔서 벗어나기 위해 사진한장 달랑 품고 태평양을 건거 찾아간 처녀들을 맞은 것은 사진속의 헌칠한 미남청년이 아니라 사탕수수밭서의 노예와 같은 막일로 볼품없이 찌들고 초췌해진 중년이 대부분 이었다. 고향을 떠나면서 눈물로 헤어진 아버지보다 더 늙어 보이는 신랑감을 대면하는 순간부터 처녀들은 꿈은 산산조각 났다. ◆좌절과 실의속에서 노약한 남편 뒷바라지 하랴,줄줄이 태어나는 자녀 보살피랴,사진결혼한 여인들은 말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갖은 푸대접과 싸우며 뼈빠지게 일하며 고생했다. 이들의 인고는 한인들이 이역에서 삶의 터전을 닦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사진결혼은 이민초기 70∼80년전에 유행했고 사진결혼 1세대들은 대부분 타계했다. ◆하객들의 축복속에 열린 영농후계자와 연변처녀 4쌍의 합동결혼식은 그 옛날의 사진결혼을 새삼 연상케 한다. 국내에서 하와이로 간것이 연변에서 국내로 온것으로 바뀌었고 사진과 실제의 모습이 엄청나게 달라 소스라치게 놀랄 필요도 없고 허리휘청하도록 고생할일이야 없겠지만 한참 나이의 처녀가 사진만으로 생면부지의 총각을 인생의 반려자로 정하고 천리길을 멀다않고 찾은 사연은 한결같다. ◆사랑하는 부모곁을 멀리 떠나야하는 아픔속에서 꿈 많은 처녀들이 번민끝에 내렸을 고심의 선택과 모국이라고는 해도 미지의 세계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이 겪을 갖가지 어려움에는 애처롭고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든다. 하와이로 시집간 모국의 처녀들이 한인사회를 풍요롭게 가꾸었듯이 모국으로 시집온 연변의 처녀들이 젊은 여인들의 이농으로 메마를대로 메말라진 농촌의 분위기를 밝고 환하게 가꾸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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