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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여왕 방문때 “무례”/영­호 우호관계에 “틈새”(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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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여왕 방문때 “무례”/영­호 우호관계에 “틈새”(세계의 창)

입력
1992.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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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EC통합 과정등/영서 호주 두번이나 버렸다”/키팅 총리 발언싸고 런던정가 비난화살【런던=원인성특파원】 폴키팅 호주 총리의 영국 비난발언을 둘러싸고 영국의 국회의원들과 언론이 강한 반발을 하고 나서 영연방안에서도 유별나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양국사이에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여왕을 국가수반으로 인정하고 있는 17개국중 하나인 호주의 키팅 총리는 호주를 방문한 여왕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자 27일 의회에서 『영국은 2차대전중 일본의 침략과정에서 호주방어를 포기했고 최근에는 EC안에서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는 등 두차례에 걸쳐 호주를 버렸다』며 이러한 비판을 일축했다.

키팅의 발언이 알려지자 영국의회는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의원들은 키팅이 역사를 잘 알지는 못하고 양국관계를 손상시키는 발언을 했다며 입을 모아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의 반응에는 다분히 감정적인 요소도 곁들어 있는데 보수당의 스토크스경은 『그의 발언은 하이드파크에서 일개 개인으로나할 성격이지 한 나라의 총리가 할만한 것은 못된다』고 꾸짖었다.

레드비터 의원도 『호주는 원래 죄인들이 살던 곳이므로 총리가 그렇게 무례한 발언을 했다해서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며 조소섞인 대응을 했다. 영국의 신문과 방송도 키팅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은 발언을 둘러싸고 이처럼 영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는 이번주초 여왕의 호주방문기간중 키팅이 보여준 공손하지 못한 태도에 대한 불쾌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키팅은 지난 24일 여왕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가진 의회 연설에서 『과거의 호주인들은 제국주의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인식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호주가 영국과의 전통적인 관계를 재고하고 있다는 요지로 발언했다. 또 키팅 부인은 여왕에게 무릎을 굽히고 정중하게 인사하지 않고 목례만 했는데 이러한 일들이 국가 수반인 여왕에게 불경한 행동이라며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참에 2차대전중의 과정을 잘못 인용한 키팅의 발언이 나오자 즉각공세를 취하고 나온것이다.

전통적으로 영국과 깊은 동질의식을 느껴오던 호주가 다소 불손한 태도로 영국을 대하는 데는 호주 내부의 분위기가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서는 식민지도 아닌데 여왕을 모시고 총독을 둔다거나 국기에 영국의 유니온 잭을 그려넣는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독립국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집권노동당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면 2001년에 이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는 중이다.

이번의 논란은 결국 세대가 지날수록 영국과의 동족의식이 멀어지고 공화주의적인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호주인과 입헌군주제에 애착을 느끼고 있는 영국인간의 의식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의 분리움직임과 더불어 이번 일은 갈수록 국력은 위축되고 더이상 베풀어줄 여력이 없는 대영제국의 쇠락에서 초래되는 현상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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