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위조 관광비자 출국/2만불주고 유학비자 바꿔/제3국거치기도… 때론 브로커 사기에 농락일단 목표만 세우면 법은 물론 규칙과 상식 등을 아예 무시하고 돈을 마구 들여가며 급히 서두르는 우리 국민들의 악습은 조기유학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89년 A모군(18)은 관광비자를 가지고 미국에와 뉴욕 인근의 모공립학교에 들어갔다. 한국에서의 학교 성적이 워낙 나빠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할 엄두도 못냈지만 하루라도 빨리 미국에 보내려는 조급한 부모는 4∼6개월가량 걸리는 사립학교 입학절차를 기다리지 못했다. 서둘러 관광비자를 발급받은 A군은 미국의 친지를 보호자로 공립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 공립학교는 학교내에서 공공연히 마약거래가 이루어지는 형편없는 곳이었다. 어렵게 받은 이민국비자도 국내용일뿐 한국에 갔다가 다시 올 수는 없는 비자였다.
A군은 뉴욕의 모 유학원에 부탁해 지난해 12월 멕시코로 갔다. 그곳에서 1만5천달러의 변호사비를 주고 유학생비자를 받아냈다.
이제 사립학교로 옮긴 A군은 『정말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이었다』며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것이 가장 겁났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주민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세금을 내지않는 외국학생들에게는 유학비자발급에 반드시 필요한 입학허가서(I20)를 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못갈 한국학생들은 물론 아니다.
어떠한 경로를 거쳐왔든 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면 학생들을 받아주고 관광비자를 가진 학생이라도 굳이 가려내 이민국에 신고를 하지않는 공립학교의 「허점」을 한국학부모들과 유학알선업체들은 최대한 이용한다.
서울 종로구 H유학원 K모 상담실장(35·여)은 『빨리 가야 한다』『한시가 급하다』『다들 그렇게 간다더라』는 조급한 학부모들은 많은 시간이 걸리고 4·9월 학기시작때만 입학이 가능한 사립학교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유학원에서는 『수업료가 없는 명문 공립학교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유혹,수백만원이상의 수수료를 받아낸다.
결국 서둘러 입학한 학교가 제대로 교육환경을 갖춘 곳이 아님을 알게되고 유학생비자가 없이는 한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A군의 경우처럼 다른나라를 찾아 1만∼2만달러를 들여 브로커를 통해 유학생비자를 받는 것이다. 상당수의 유학생들이 멕시코는 물론 캐나다,바하마에까지 간다.
명문신드롬에 걸린 한국 학부모들은 돈많이 드는 사립학교 못지않게 돈 안드는 우수공립학교를 찾는다. 그러나 세금을 안내 아예 입학자격이 없는 한국학생들의 낯두꺼운 행태가 말썽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뉴저지주 N마을은 주로 노인들이 사는 동네로 환경이 좋기로 이름난 곳. 갑자기 이 마을의 공립학교에도 한국학생들이 점차 불어났다. 지난해 주민들은 『우리가 교육비를 내는데 왜 다른나라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느냐』며 데모를 했다.
한 교포는 『돈 안들이고 공부를 하므로 국가적 이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염치없는 한국인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주는 국가적 망신』이라고 개탄했다.
코네티컷주 모교에서 카운슬러로 일하는 L모씨(여)는 지난해 아들의 유학문제를 상담하러온 한 어머니가 두장의 학교성적표를 내놓고 『어떤 것으로 해야 하느냐』고 물어 깜짝 놀랐다. 한장은 물론 학교에서 발행한 것이었지만 나머지는 유학원이 조작한 것이었다. 서울 강남의 S유학원 O모 상담실장은 『학부모가 의뢰해 유학원에서 성적표를 조작할 경우 사례비가 5백만∼1천만원까지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학원이 거절하면 아예 인쇄소에서 만들어가는 학부모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5월 20여명의 한국유학생이 다니는 LA인근 A사립학교는 한국학생들이 성적을 조작해 입학한다는 정보에 따라 조사한 끝에 3명의 성적표변조자를 찾아내 입학때 인정했던 학점을 취소했다.
이러한 맹목적인 학부모들을 이용,서울 또는 뉴욕·LA의 유학원들은 떼돈을 번다. 유학원들은 90만∼1백50만원의 수속비외에 학비를 선납하는 사립학교제도를 악용,별도의 영수증을 만들지않고 5백만∼1천여만원의 폭리를 얻는다.
교육전문가를 자처하는 LA의 H모씨는 개인사무실을 차려놓고 상담비 명목으로만 1시간에 1천달러를 받기도 한다.
지난해 동부의 S학교는 본교외에 창고를 개조,분교를 만들어 75명의 한국유학생들을 받았다가 큰 말썽을 빚기도 했다.<뉴욕 la="손태규특파원">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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