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간부,동독지역 5개주 총리에 서한/“여론 재판은 공개학살 조용한 해결을”【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동독체제 악덕의 상징으로 매도당해 온 슈타지(Stasi·국가안전부)의 전 고위간부들이 전직슈타지 요원과 협조자들에 대한 「부당한 핍박」을 중단할것을 공개요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귄터 뮐러중장 등 전 슈타지소속 장성 4명은 최근 국내정보전담기구인 연방헌법 수호청의 메르데바흐청장과 동독지역 5개주 총리에게 연명으로된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이 편지에서 슈타지 관련기록 조사를 맡고 있는 가우크 특별위원회가 지난달부터 슈타지기록 문서들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것을 중단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기록 공개로 슈타지 관련자 및 관련의혹이 있는 인물들의 신원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동독사회에 다시 「슈타지히스테리」를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무고한 인물들이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의해 「공개학살」 당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이같은 집단히스테리와 여론재판은 폭력과 린치 등을 유발할 것이며 슈타지 관련자들의 대응으로 「참사」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이들은 슈타지 관련자들의 색출 등 과거청산은 가우크 위원회와 여론에 맡겨서는 안된다며 「개별적인 조용한 해결」을 강조했다.
슈타지 핵심간부들은 동독주 총리들에게는 이해를 호소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메르데바흐 헌법수호 청장에게는 「조용한 해결」과 슈타지요원들에 대한 배려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 슈타지장성들은 지난해에도 쇼이블레 내무장관에게 서독 침투슈타지 요원들에 대한 사면과 슈타지 퇴직자들의 연금인상을 약속하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슈타지 첩보원들의 신원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헌법수호청장을 베를린에 보내 이들과 협상을 벌인 쇼이블레장관은 사면계획을 제기했으나 집권연합내의 보수세력과 동독지역주들의 반대때문에 무산됐었다.
그러나 메르데바흐 헌법수호청장 등 정보사이드에서는 사면조치 없이는 독일정부내에 남아있는 슈타지 요원들의 신원을 밝히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동독의 전직 슈타지 조직원들간에 고조되고 있는 불만도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통일후 슈타지 조직원들은 동독사회에서 여러측면에서 궁지에 몰려있다. 이들은 공직진출이 봉쇄돼 있으며,민간기업에서도 기피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슈타지 간부들이 연명편지를 보낸 직후 연방내무부가 처음으로 전직슈타지 요원들의 채용계획을 밝힌 점이다. 내무부는 슈타지 경호국요원 40여명을 재교육시켜 연방범죄수사국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혀 적잖은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문제의 슈타지 장성들은 연방헌법 수호청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보기관 종사자는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흥미롭다.
이렇게 보면 이같은 슈타지 간부들의 배려호소와 서독 정보기관쪽의 「이해」가 공개되고 있는 것부터가 통일을 전후해 막후에서 어떤 식으로든 공조관계를 가졌을 양측의 계산된 행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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