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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주머니 돈(정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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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주머니 돈(정경희칼럼)

입력
1992.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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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장관을 지낸 분이 파리를 방문했을때의 일이라고 했다. 공항에는 프랑스정부의 에너지관리청장관이 마중나왔었다. 공항청사를 빠져나와 그의 차에 탔다. 프랑스정부 장관이 외국손님을 모시기 위해 타고 나온 차는 「푸조 204」였다. 한국의 프라이드보다도 작은 소형차다. 그것이 외국 손님접대용 관용차였다. 그것도 장관이 손수 운전하고 있었다.깜짝 놀라는 한국정부의 장관에게 그는 말하더라 한다. 『내가 이런 차를 몰아야 국민이 에너지를 절약하지 않겠습니까』

과소비가 문제라지만 지금 한국의 도시에서 자동차만큼 심각한 과소비도 많지 않다.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지난해 2조2천억원이 넘는 휘발유를 물쓰듯 썼다.

기름값은 자동차를 위해 치러야 되는 사회적 비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을 포장해서 자동차도로를 만들고 교통안전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교통사고로 생명과 건강에 큰 손실을 주고,심각한 공해와 자연환경파괴를 가져오고 있다. 그 비용을 자동차를 굴리는 사람이 아니라,사회가 부담하고 있다.

어쨌든 자동차는 많아질수록 쓸모없는 기계가 된다. 일본의 우자와교수(우택홍문·신석대학)는 일본의 대도시들은 대부분 「자동차사회」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도 서울·부산같은 대도시들은 이미 자동차사회의 한계점에 와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시가 끈질기게 밀고 있는 지하고속도로구상은 숨이 꽉 찬 자동차를 위해 숨통을 터주자는 엉뚱한 발상이다.

지하고속도로구상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다각적으로 지적돼왔다. 특히 지하철건설에 맞먹는 돈을 자동차를 위해 퍼붓겠다는 발상부터 문제다. 그나마 이미 건설해놓은 도로나 지하철과는 기능상 아무런 연관이 없이 서울의 땅밑을 뚫겠다는 것이니까 투자의 효율은 아예 생각밖이 된다.

무엇보다도 서울시장이 아무런 여론수렴과정과 반대주장을 들어보는 과정도 없이 2조4천억원이라는 시민의 돈을 쓰겠다고 우기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먼저 대중교통수단인 버스가 제 속도를 낼 수 있게 전용차선을 확보해주고,지하철건설에 서울시의 자원을 총집중해야 한다. 시장님이 굳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지하고속도로를 뚫고,배기가스를 내보낼 굴뚝을 자기집 앞마당에 세운다 해도 동의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만약 선거공약용으로 그림을 그려본 것이라면 몰라도,시장님의 「독주」는 용납되기 어렵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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