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독 소멸로 출간작업 중단/독 학술원,인수결정 편찬실 설치/“타국과 공동보조… 정치목적 배제”【베를린=강병태특파원】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과 동독의 소멸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던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편찬작업을 독일 학술원이 맡아 계속하기로 했다.
이 전집 출간사업은 소련과 동독이 지난 60년대 말부터 공산당중앙위직속 마르크스 레닌주의연구소에 공동편찬 작업을 맡겨 진행해 왔다.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편찬은 20년대에도 독일과 소련에서 시도됐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33년 히틀러에 의해,그리고 소련에서는 35년 스탈린에 의해 모두 중단됐다. 이에 따라 이 소동독공동편찬 작업은 양국에서는 물론 국제학계에서도 「역사적 작업」으로 평가돼 왔다.
소련과 동독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원고의 3분의 2 이상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왕립학술원 산하 국제사회역사연구소와 특별협정을 맺어 이곳의 진본원고를 토대로 총 1백30권 규모의 방대한 전집 간행을 추진해 왔다. 이 계획에 따라 75년 첫 권이 나온 이래 그동안 45권이 완성됐다.
이 사업에는 지난 90년 10월 서독 트리에에 있는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의 「칼 마르크스하우스」가 참여해 소련,동독,네덜란드측과 암스테르담에 「국제마르크스 엥겔스재단」을 설립,이 재단이 전집발간을 관장해 왔다. 그러나 편찬작업은 여전히 소련과 동독의 두 연구소가 맡아 왔다.
이 재단 설립직후 동독의 소멸로 마르크스 레닌주의연구소도 해체되면서 소련이 편찬작업을 도맡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소련 공산당마저 해체돼 모스크바의 마르크스 레닌주의연구소도 사회주의이론 역사연구소로 개편되는 바람에 편찬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렇게 되자 「공산주의 패망」을 환호하는 일반의 분위기속에서도 국제학계에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전집편찬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미국 일본 덴마크 등 세계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철학자 사회학자들이 이 외침에 동참했다. 일본에서는 1천5백여명의 학자들이 지원위원회를 조직,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독일에서는 지난해 학계에서 학술원이 편찬작업을 인수할 것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독일학술원은 저명한 철학자 디터 하인리히를 위원장으로 국제자문위원회를 구성,검토를 의뢰했고 이 자문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독일학술원은 최근 암스테르담의 마르크스 엥겔스 재단과 편찬작업 인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전담편찬실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마르크스 엥겔스의 저작완간 작업을 기구한 운명속으로 몰고 올 과거와 같은 정치적 목적을 배제,순수한 학문적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제적 공동협력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같은 취지에 따라 이미 프랑스 애장프로방스에 공동편찬팀이 구성됐으며,모스크바의 과거 전집 편찬학자들도 마르크스 엥겔스 재단의 지원을 받아 다시 편찬작업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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