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계기 르몽드·피가로지등서 제기/“「라 마르세예즈」 가사는 소름끼칠 정도로 호전적”/“새 시대 걸맞는 희망·자긍심 담자”【파리=김영환특파원】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지나치게 호전적이기 때문에 「가사의 뜻을 새기면서 부를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번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11세의 듀 펠룩스양이 반주없이 「라 마르세예즈」를 독창,전세계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르몽드지는 프랑스국가가 음률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전투적인 가사때문에 올림픽운동의 평화이념과 배치된다고 지적했으며 피가로지는 차제에 가사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라 마르세예즈」는 프랑스대혁명 당시 왕정타도를 외친 혁명군가이다. 가사 한구절 한구절을 새겨 읽으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조국의 아들이여 나서자. 영광의 날은 왔도다. 독재에 항거하여 피묻은 깃발을 올렸다. 너희들은 들판에서 듣는가,잔혹한 군대가 노호하는 소리를. 그들은 우리의 팔에 안긴 우리의 자식과 처의 목을 끊으려고 왔다』
후렴은 더욱 전투적이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이여. 부대를 만들라. 나가자 나가자 더러운 피가 우리의 들밭을 적시도록』
특히 문제된 부분은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라는 대목으로 올림픽의 평화 이상과 정면 배치된다는게 중론이다.
「라 마르세예즈」는 2백년전 대혁명기인 1792년,프랑스 공병장교인 루제 드 리슬레가 스트라스부르에서 작사·작곡했다. 처음에는 「라인강의 부대를 위한 군가」라는 이름이 붙어있었으나 마르세유의 의용군 대대가 파리에 입성하면서 이를 부른 뒤부터는 「라 마르세예즈」로 불리우게 됐다.
이후 이 노래는 1795년 국민공회에 의해 국가로 선언됐으나,제정하인 1815년부터 1870년까지는 금지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가 1879년 다시 공식적인 국가로 복권됐다.
금년은 작곡 2백주년인데,루제 드 리슬레는 혁명을 막으려고 공모한 유럽각국을 깨뜨리고 자유의 승리를 성취한 혁명군을 찬양하고자 작사·작곡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라 마르세예즈」는 전투와 반격,자유를 위한 피의 노래로 탄생했다. 2백년이 지난 지금 그 가사가 현대 프랑스의 철학과 상황,임무와 역할에 합당한 것인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개선문의 행사에서 연주되는 「무명용사에 바치는 노래」를 작곡한 소방수 출신의 아르망 튀에르씨는 「라 마르세예즈」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1백75개국의 국가를 분석한 결과,프랑스국가만이 호전적임을 발견했다. 그를 비롯한 개정론자들은 라 마르세예즈가 프랑스의 역사적 자산이기는 하지만 올림픽축전에서 드러나듯 「무기를 들라」는 내용을 계속 고집할순 없다고 주장한다.
「라 마르세예즈」는 조화롭고 박애로운 세계에서 살고자하는 프랑스인의 욕구와 이성에 배치되기 때문에 새로운 국가는 열광과 확신,희망을 주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튀에르씨는 주장한다. 그래서 가사의 일부를 바꾸자는 것이다.
『조국의 아들이여 나서자. 자유를 자유를 소중한 자유를 합창하세. 피묻은 성벽은 무너졌다.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행운인가. 우리의 깃발에 자부심을 갖자. 언제이던가 프랑스 땅위엔 모든 자유가 그들의 요람을 선택했으니』라는게 튀에르씨의 개정가사. 후렴은 『무기를 들라』 대신에 『모든 시민이여 함께 나서자. 노래하자 노래하자. 우리들의 노래가 모든 대포를 침묵시키도록』으로 바꾸자는 것.
역사보존과 시대변화라는 이율배반속에 프랑스국가 개정논쟁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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