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 정치독점·대의제약속 형식적/정치·사회개혁 무산에 실망감 가득쿠웨이트가 다국적군의 도움으로 이라크의 강점에서 벗어난지 26일로 만 1주년을 맞았다. 걸프전으로 폐허화됐던 시가지는 전쟁전의 모습으로 다시 복구됐다. 그러나 전쟁전과 후를 비교해 볼때 외형적이거나 내면적인 변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바로 여기에 쿠웨이트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전쟁을 통해서 우린 아무것도 배운것이 없다. 우리는 구태의연한 과거의 방식과 결별을 고해야만 했다』는 개탄이 요즘 식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라크의 점령에서 벗어난 이래 줄곧 개혁과 변화를 기대해왔던 쿠웨이트인들은 해방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에 큰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억압적인 인권상황과 부패한 정부,숨막히는 관료제도는 해방과 함께 고스란히 쿠웨이트로 돌아왔으며 정치판을 독식하고 있는 왕가는 문제를 인정하기보다는 부정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들은 아직도 선거권을 얻지 못하고 있고 표면적으로 언론검열제도가 철폐되었다해도 「국익에 반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언론사는 언제고 정부의 명령 한마디로 문을 닫아야한다는 「재갈법」이 그대로 효력을 떨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제 3세계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와 추방,특히 여성근로자들에 대한 강간과 구타시비가 끊이지 않고있어 「걸프전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가」 하는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쿠웨이트 방위군협회」를 맡고있는 가님 나나르는 개혁을 이룰수 있는 황금의 기회가 물질적 풍요의 복원으로 완전히 무산되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라크군에 의해 방화되었던 7백27개 유정의 불길이 꺼지고 현재 하루 69만배럴씩 퍼올리는 원유량이 올해말까지는 전쟁전 수준인 1백50만배럴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쿠웨이트는 사실 산유부국으로서의 저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부를 바탕으로 이라크의 점령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했던 쿠웨이트왕가는 올 가을에 치러질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부측 인물을 대폭 당선시키기 위해 전대미문의 막대한 자금을 전쟁복구 지원비라는 명목으로 살포하고 있다. 해방후 민심무마용으로 제시했던 대의정치 약속을 할 수 없이 지키기는 하지만 왕가의 통치권에 실질적인 도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일달러의 힘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전쟁복구 지원을 명목으로 수십억달러의 민간채무와 기업채무를 탕감하고 수억달러에 달하는 공공료를 면제하자 많은 쿠웨이트인들은 이러한 조치를 「분명한 뇌물」 제공행위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경제가 안정되고 정부가 후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있는 한 이곳은 유토피아』라는 생각을 고집하고 있어 사회,정치적 개혁은 어딘지 요원하기만 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유에스에이 투데이="본사" 특약>유에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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