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차장 상임이사국으로 교체/강대국 UN활동 적극참여 유도/유고·캄보디아사태로 첫 시험대 올라【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의 관리책임자로 취임한후 유엔활동과 유엔조직관리에 새로운 활기가 감돌고 있다. 갈리 총장의 강력한 권고로 유엔안보리가 유고슬라비아사태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키로 결의하는 등 유엔의 기능중 으뜸으로 꼽히는 평화유지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 방만한 유엔사무국을 개편하기 시작,사무차장보급 이상만 14명이 감원하는 수술을 단행했다.
달라지는 유엔의 모습은 갈리 총장의 유엔행정 스타일에 기인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미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유엔활동 참여방식이 크게 변화하는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새 총장 취임과 강대국들의 유엔중시경향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갈리 총장은 지난 2일 52명이나 되는 사무차장보급 이상의 유엔고위공무원중 14명을 감축한 것은 주로 각 회원국들의 이해득실과 자리다툼으로 생겨난 일종의 「위국설관」을 정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과거 제3세계 인물이 주로 차지해오던 사무차장 등 고위직이 구미강대국들의 인물로 상당수 채워진 것도 이번 개편의 특색이다. 정치담당차장이 2명으로 줄어들면서 1명을 러시아가 차지했고,평화유지활동 담당차장에 영국이,행정관리차장에 미국이,제네바 사무처장에 프랑스가 차지했다. 또 독일은 법률담당차장,이탈리아는 빈사무처장,폴란드가 공보담당차장을 차지했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지차오주가 경제개발처장을 맡아 중국의 발언권이 강화된 반면,한사람의 차장을 갖고 있던 일본은 기구개편으로 차장을 잃었다. 즉 아카시 군축담당차장이 부서가 없어지는 바람에 유엔 캄보디아 잠정관리처장으로 전보됐다.
상임이사국이 주요차장에 포진한 사실은 유엔의 중요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과거 제3세계 인물들이 자리만 차고 앉아있고 강대국들은 유엔을 떠나 일을 벌이던 추세가 사그러지고,강대국들이 적극적으로 유엔활동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특히 유엔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이 전 법무장관이었던 손버그를 행정차장으로 앉힌 것은 매우 주목할만 하다. 유엔 소식통들은 유엔개편에 미국이 적극 참가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상원의원의 보궐선거에 패배하긴 했으나 주지사까지 지낸 정치거물이 유엔행정차장으로 유엔의 돈줄과 조직관리를 틀어쥐게 한것은 사실상 미국이 유엔행정을 맡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한편 미국은 토머스 피커링 유엔대사를 인도대사로 내정해놓고 있는데 대유엔대책과 관련해 해석이 분분하다.
이같은 유엔사무국의 개편과 관련해 갈리 총장의 출발은 순조로운 편이다. 특히 지난 1월31일 열렸던 안보리정상회담은 갈리 사무총장의 역할을 전세계에 확인해 준 셈이다. 안보리 정상회담은 갈리 총장으로 하여금 오는 7월1일까지 예방외교 평화유지 평화조성을 위해 유엔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지구촌 분쟁의 소방관으로서의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유엔 소식통들은 갈리총장의 첫 테스트가 유고 유엔평화군 파견과 캄보디아사태 해결에 걸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