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여러분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까? 그렇다면 안되지요.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면 여러분은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우리 정치의 실상도 잘 알고 있습니까? 그렇다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한가지 질문을 드리지요. 여러분은 정치문화가 무엇이고 정치사회화가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모르신다고요? 이걸 몰랐다고 부끄러워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몇해전에 국회의장 직책을 맡고 있던 분이 신문인터뷰한 것을 보니까 『요즘 정치문화가 어떻고 하는데 난 그런 어려운 말은 모릅니다』라고 얘기하면서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음을 읽은 기억이 있으니까요.그러나 정치문화가 정치사회화란 말은 대학 정치학과에 입학하면 처음 가르치는 정치학개론에서 배우는 가장 기초적인 용어라는 것을 우선 알고 계십시오. 그런건 모르지만 YS가 대권을 장악하느냐 못하느냐에 대해서는 확실한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고요? 또 1노3김의 권력함수라든가 TK니,월계수니,재벌당이니,친인척이니,거기에다 공작정치니 등등 우리 정치에 관해서는 모르는게 없다고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정치인들은 뇌물이나 받으며 부패했고 국회에서는 싸움질이나 하는 저질들이며,정치가 경제를 망쳐놓았고 다른 것들은 모두 선진국 수준에 와 있는데 정치만 후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나라 꼴이 말이 아닌 것도 잘 알고 있다고 자랑하시겠네요. 그런데도 정치사회화란 말은 모르신다는 얘기인가요?
하긴 필부필처인 국민 여러분들이 정치사회화를 모르면서도 정치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모르는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이해가 가긴합니다. 올해는 4번의 중대선거가 있는 해라면서 새날이 밝았는데 대통령이 2개의 선거는 안해버리겠다고 한마디 해버리는 법도 정치도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젠 누구도 여기에 관해 한마디 해야겠다고 언성 높이는 일도 없군요. 그런데도 민주화의 공약은 달성되었다니 글쎄 민주화가 된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하면 법도,국민에게의 약속도,여야당간의 합의도 모두 무시해버려도 괜찮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은 들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그나마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를 취소하겠다고 하지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뽑는 선거를 안하겠다고 한것만도 민주화가 된 증거이니 고마워 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알아야겠지요.
얘기가 앞으로 빗나갔습니다만 제가 얘기드리고자 하는 것은,선거의 해를 맞으면서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라디오며 TV며 신문이며 잡지 등에 나와 좌담이니 토론이니 칼럼이니 하면서 모두들 일가견을 펴는데 그것의 대부분이 정치인을 꾸짖고 우리 정치를 매도하는 것이더군요. 그런데 이런 분들의 직업이 연극인,시인,소설가,종교인 등인 것이 제게는 무척 이색적이었습니다. 교수나 학자들 중에서도 정치학자가 이런데 끼는 경우는 별로 없고 철학자,법학자,사회학자,심리학자들이 선거가 어떻고 후보자가 어떻고 국회가 어떻고 유권자가 어떻고 대권이 어떻고 등등 얘기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정치를 연구하는게 본업인 저로서는 정치학개론 한번도 안 읽어보았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우리 정치를 전문가인양 논하고 있으니 정치학자들 밥줄 떨어질 날이 가까운게 아닌가 걱정이 되더군요. 따지고 보면 국민 여러분도 정치에 관심이 많고 또 잘 알고 있으신데 그래도 사회 각계에서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정치에 관해 아는 것이 없어 침묵을 지키고 있으리라고 생각할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제 생각으로는,우리나라에는 정치는 아무나 두드러기만 하면 되는 동네북 정도로 취급하고,정치인에 관한 가십 정도의 얘기나 주워들은 것을 가지고 정치를 잘 아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고,또 민주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민주주의나 민주화를 신주모시듯이 하는 속빈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치사회화란 말도 모르면서 정치인을 질타하고 정치를 매도하면서 정치에 관해서는 모르게는 없는 전문가인양 하는 속빈 인사들과 일부 국민들 때문에 우리의 정치가 요모양 요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습니까?
도대체 정치문화는 무엇이고 정치사회화는 또 무엇이냐고요? 정치문화란 국민들이 정치에 관해 갖는 생각이나 의식,그리고 이에 근거해서 형성된 태도를 말하며 이러한 정치문화를 습득하는 과정을 정치사회화라고 하지요. 즉 정치인이 부정하고 저질이고 비민주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정치세계란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태도를 갖게된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의식이나 태도를 갖게 된 것은 그 사람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가정,학교,사회단체,직장,그리고 전체 사회가 부정하고 저질이고 비민주적인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보고 배운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우리의 정치와 정치인은 우리 사회와 국민 여러분의 반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우리 사회와 국민 여러분은 올바르고 청렴하고 민주적인데 정치만 돌연변이에 의해 몹쓸것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민주정치는 국민들이 정치에 관해 제대로 된 관심과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질때 가능해지지요. 만일 국민 여러분께서 바로 그런 국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올해 있을 두번뿐인 선거에서 제대로 된 투표를 해서 제대로 된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아 증명해보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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