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집단소유… 반자본주의 성격의 「중기」/연 29% 성장… 「조용한 산업혁명」/1,870만여곳 자본·노동력 자체수급… 경제특구 버금가는 “활기”중국 농촌의 향진기업이 농촌개혁의 성공적인 상징물로서 그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농촌중소기업인 향진기업의 급성장은 「조용한 산업혁명」으로 불리면서 중국 농촌지역의 경제·사회생활의 구석구석을 변화시키고 있다.
구 소련이나 동구제국에는 향진기업에 상응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달리말하면 낙후된 농촌지역에 공업화를 불어넣으려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독특한 실험을 의미한다고 볼수 있다.
경제특구만이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상징처럼 외부세계에는 알려져 왔지만 농촌의 향진기업은 그 이상으로 역사가 깊고 중국 내부에서는 최우선 정책대상중 하나다.
향진기업은 중국 경제개혁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개혁이 시작되기 직전인 78년,중국에는 향진기업이 1백50만개,총고용 노동자수는 2천8백3천만명,총생산액은 4백93억원(한화로 약 7조9백92억원)이었다.
89년에는 1천8백70만개,고용자수는 전국 노동력의 17%에 상당하는 9천3백40만명에 달했다. 특히 향진기업의 총생산액은 농업생산액 전체를 22%나 상회했는데 이는 중국의 농촌지역에서도 이미 순순한 농업자체는 그 지위를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진기업은 현재 중국경제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분야다. 78년부터 89년까지 향진기업 생산은 연평균 29.4%의 성장을 계속 해왔는데 비해 광공업은 16.2%였다. 특히 덩치큰 국영기업의 경우,지난해 9%에 지나지 않았다.
향진기업이 활력을 가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밑의 경제단위인 향진기업은 기본적으로 비국영사업체로서 국가경제계획의 테두리밖에서 활동한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많은 향진기업은 다양한 촌과 정(진 혹은 군) 주민에 의한 집단소유의 형태다.
사실상 향진기업이 단순자본주의 혹은 반자본주의 기업과 거의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향진기업의 역사는 대약진운동(58∼60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약진운동은 실패로 끝났지만 인민공사제도는 존속,후의 향진기업의 모태가 되었다.
78년 12월에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는 등소평의 야심찬 농촌개혁계획을 승인,농촌기업 발전의 분기점이 되었다.
우선 세대별 생산책임제를 도입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이 대폭적으로 증대했고,그 결과 잉여농업 노동력이 비농업활동에 전환될 수 있었다. 동시에 농업생산 증대는 농민의 소득과 구매력의 증대를 가져 왔기 때문에 향진기업의 생산품에 대한 수요자층이 대폭 확대될 수 있었다.
정부는 이어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비농업활동에 관한 모택동주의의 제한규정을 철폐하였다. 이에따라 부업 및 벤처사업이 농촌지방에서도 육성될 여지가 만들어졌다.
또 농촌개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80∼84년에 농산물 조달가격을 인상하고,거래조건을 농업에 유리하게 만듦으로써 잉여금이 농촌산업자본 형성에 기여토록 하는 결과를 낳았다.
향진기업은 그 수만큼이나 기원 조직 등이 각양각색이나 소남 온주 및 기타의 세모델로 나누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남형은 역사적으로 일찍이 공업화된 강소성 남부의 향진기업을 말하는데 대체적으로 대규모로 잘 관리되고 있다. 이 지역의 기업은 사업에 관심을 가진 정 당국이 설립,이윤을 확대해왔다. 근처 공업화된 상해와 무석의 기능·기술·시장을 이용하기 쉬운점도 장점이다.
온주형은 절강성 동남부 연안에 위치한 소상업도시인 온주에서 발전한 향진기업으로 개개의 농민이 사기업이나 파트너십(동업) 혹은 주식회사로서 설립한 것인데 정당국은 거의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 특수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강소성 북부 저소득층 지역의 향진기업과 복건성 동부 진강형과 광동성의 주강형 등이 있다. 복건성과 광동성의 기업은 무역지향적 성격을 띠어 외국기업과의 수출가공에 관련된 각종 합병사업 계약에 의해 설립된 것이 많다.
향진기업의 특징은 이들이 특정지방의 정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자본·노동력 등이 주로 그 지방으로 직접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당국의 정책과 정촌의 지도자 성향 등 지역적 요소가 향진기업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향진기업에 대한 지방당국의 영향력은 투자와 기술개발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 관해 효율적인 활동을 저해하는 폐단도 초래하고 있다.
성공적인 향진기업이라도 합병과 이전에 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쓸데없는 중복투자,많은 저질제품 생산과 에너지소비,오염,저생산성 및 탈세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빌미로 보수파는 향진기업의 확대는 국영부문의 약체화를 야기,결과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대해 개혁파는 향진기업의 활력이 국영기업의 개혁을 촉진,효율을 향상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적극 이를 옹호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개혁파의 입장을 수용,향진기업의 성과가 농촌의 공업화와 농민의 생활향상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방향을 설정하고,독려중이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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