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째 증식없는 기부로 재정악화/전재산 1백억불 추산… 최근 투자성과도 부실/자문단활용 공세적 전략 수립/「센터」매각 “대표적 성공작” 평「미국 조크집」에는 억만장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 1세의 일화가 실려있다.
『1910년 어느날 워싱턴 윌라드호텔로 수수한 노신사가 들어왔다. 목욕탕은 없어도 좋으니 값싼 방이 있느냐 물었다. 접수계 직원은 허름한 방을 내주었다. 노신사는 숙박계에 록펠러라고 적었다.
놀란 직원은 「자제분들은 항상 최고급 스위트룸을 찾는데 어찌…」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록펠러는 「그 아이들이야 돈많은 아버지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층계를 성큼 올라갔다』
조크집에 운위될 정도로 그는 미국의 대표적 억만장자였는데도 절제와 근검은 대단했다. 그의 후손역시 유산을 적절히 증식하면서 억만장자 록펠러가의 명성을 이어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최근 록펠러가가 6대까지 이어지고 1백명을 넘어서자 상황은 달라졌다. 경기침체로 재산은 별로 증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식솔은 엄청나게 늘어났으니,록펠러가의 재정이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록펠러 1세가 스탠더드석유회사를 키우면서 잔혹하게 경쟁자를 침몰시켰던 「과오」 때문에 후손들은 대학·예술단체·병원 등에 엄청난 「속죄」 기부를 해와 재정약화를 자초했다.
록펠러가의 원로들은 최근 「수성에 급급하다간 침몰하고 말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재정운용전략을 공세적 투자로 전환하는 등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록펠러가의 재산은 50억∼1백억달러라는게 통설이나 2백억달러라는 추정도 있다.
수십년간 록펠러가의 식구들은 엄청난 재산에서 나오는 이자와 투자수익 등으로 부의 대명사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투자가 큰 재미를 못본데다가 록펠러성을 쓰는 가족이 크게 늘어나면서 록펠러 가문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는 듯했다. 5,6대로 내려오면서 재산배분이 계속되자 록펠러가의 1인당 재산이 급속히 줄어든 것이다.
재정의 실속이 약해지자 가문의 자랑거리인 기부행위도 점차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록펠러가는 매년 1억7천만달러를 공익·예술사업에 기부하고 있으며,가족 개개인의 기부금도 5천만달러를 초과하고 있다. 가히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확충 작업이 필수불가결하다.
창업주의 증손자(4대)인 데이비드 록펠러2세(50)는 『과거 우리 가문은 부의 유지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으로 궤도를 수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화적인 부의 재건을 위해 투자혁신과 다변화가 시도되고 있다면서 『창업주의 스탠더드석유회사가 새로이 생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즉 일확천금을 만들어내는 20세기 초기의 기업을 창업하기란 어렵고,「있는 돈」의 투자효율을 극대화 하겠다는 생각이다.
록펠러가의 재산은 각종 신탁으로 묶여있다. 신탁은 창업주의 아들인 존 D 록펠러2세때 주로 이루어졌다.
록펠러1세는 1914년 10억달러(현시가 1백38억달러)를 모은뒤 17년 아들 존 D 록펠러2세에게 4억6천만달러(현시가 50억달러)를 물려주었다. 존 D 록펠러2세는 34년 5남1녀(3대)를 위해 최초의 신탁을 하고 52년 손자(4대)들을 위한 거액의 신탁을 추가로 했다. 3대중 3남 로렌스 스펠만 록펠러(82),데이비드 록펠러1세(77)만이 생존해 있는데 이들 역시 고령이어서 「34년신탁」의 엄청난 재산은 조만간 4,5대로 넘어가게 된다.
4대의 대표격인 데이비드 록펠러 2세는 얼마전 「록펠러 금융서비스」의 총수자리를 승계해 어마어마한 신탁재산의 투자를 총괄하게 됐다. 그는 격변하는 경제환경하의 투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3년전 구성된 전문자문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백여명의 프로로 구성된 자문단은 「록펠러 가족사무실」로 불리기도 하고,록펠러 플라자빌딩의 56층에 사무실이 있다고 해서 「룸5600」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자문단장인 존 해리스는 『록펠러 사람들중 다수가 기부금을 내는데만 열중해 왔다』면서 『이제는 돈없이 막대한 기부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받아들일 때』라고 말한다.
자문단의 기획 아래 「록펠러 금융서비스」가 만들어낸 성공작은 89년의 록펠러센터 매각. 미국인의 자존심인 록펠러센터 12개 빌딩의 대부분의 지분이 일 미쓰비시로 넘어가자 「록펠러시대의 황혼」이라는 비판까지 터져나왔다. 그러나 당시 해리스 단장은 「성공작」이라고 큰 소리 쳤다. 록펠러센터 매각으로 20억달러를 새로 조성,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미 뉴욕의 부동산시세가 폭락한 지금,해리스의 장담은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록펠러 금융서비스」는 이 거래의 성공에 힘입어 산하 5개 전략회사를 주축으로 록펠러 재건을 꾀하고 있다.
첫째 전략회사는 「록펠러 앤드 컴퍼니」. 이 회사는 록펠러가족의 재산중 30억달러 정도를 관리한다. 투자중 15%는 고정자산에,51%는 유럽 대형주에,31%는 소형주,그리고 3%는 은밀한 모험기업에 배정하고 있다. 가족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투자액의 10% 정도.
두번째는 모험기업 투자를 관리하는 「벤록」.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70여개 첨단 중소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91년 몇몇 기업의 공개로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금년에도 「벤록」이 투자한 길리드사이언스사 등 3개사가 공개될 예정이다.
세번째 전략회사는 3백여개에 달하는 신탁을 관리하는 「록펠러 트러스트 컴퍼니」이고 네번째는 「록펠러보험회사」.
다섯번째는 「아카디아리스크 매니지먼트」. 이 회사는 록펠러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예술품을 관장하고 거래를 책임지고 있다. 3대인 데이비드 록펠러1세(전 체이스맨해턴은행 회장)의 예술품만해도 수년전 5억달러로 평가된 바 있다.
록펠러가가 공세적 투자전략,활발한 전략회사 활용으로 심기일전 했지만 엄청난 기부행위와 대규모화한 가족을 충분히 감당해낼지 의문이다. 또한 손자·증손자·고손자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목돈이 자꾸 쪼개져 푼돈이 되고 있는」 현실을 투자혁신만으로 극복해낼지도 의심스럽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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