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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안전”… 큰 피해 자초/광주 가스폭발사고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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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안전”… 큰 피해 자초/광주 가스폭발사고 문제점

입력
199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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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훈련 소홀 사고대처 역부족/늑장신고에 소방설비도 모자라/「주택가인근 설치 합법」 탁상행정탓도평소의 허술한 점검과 취급자의 안전수칙 불이행으로 발생한 광주 해양도시가스 탱크폭발 사고는 소방설비 미비,사고대처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큰 피해를 내고 말았다.

가스운반차 운전자의 과실이 1차적인 사고원인이긴 하지만 수용자가 아닌 공급자측의 저장 시설에서 폭발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공급자인 해양도시가스와 관리감독 기관인 광주시,한국가스안전공사는 감독소홀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고는 초기진화에 나섰던 회사측이 즉시 신고만 했어도 탱크폭발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고운전자 박정일씨(27)가 경찰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사고발생 시각은 23일 하오 5시50분. 이때 김용기씨(34) 등 사원 3명이 10분동안 진화작업을 하다 불길이 잡히지 않자 6시1분 관할소방서에 신고했고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6시9분이었다.

즉시 신고·진화만 이루어졌더라면 피해규모는 훨씬 줄어들수 있었다. 소방차 도착후 불길이 거세져 손도 못쓴채 10여분이 지난 6시20분께 1차 폭발이 일어났던 것이다.

해양측의 사고대처능력 부족은 안이한 예방훈련탓. 지난해 11월25일 소방훈련을 실시,가스안전공사로부터 양호판정을 받았으나 인화 및 폭발성이 높은 가스사고가 아닌 일반화재를 가상한 훈련을 실시하는 등 평소 가스 폭발사고에 무방비 상태였다.

또 각종 작업을 할때 반드시 안전관리자를 배치해야 하는데도 가스주입 현장에 배치되지 않았고 사고가 났을때 ▲차단밸브를 잠그고 ▲화학탄을 터뜨린뒤 ▲냉각수로 확산을 방지하는 기초적인 조치도 취하지 못한채 허둥거리기만 했다.

광주시 소방본부도 15명의 소방관이 화상을 입는 피해를 내면서까지 진화에 나섰으나 특수 소방차량인 화학차가 3대밖에 되지않아 공군부대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특수소방설비 부족으로 진화에 애를 먹어야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위험성이 높은 가스저장시설이 주택밀집지역에 가깝게 설치돼 있어 반경 2.5㎞ 이내 주민 2만여명이 긴급대피하는 엄청난 혼란을 겪은 점이다.

광주시는 「액화석유가스 저장 및 처리설비는 외면으로부터 1종 보호시설(학교 도서관 시장 여관 등) 또는 2종 보호시설(사람을 수용하는 연면적 3백2평 이하의 건축물)까지 30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한다」라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을 들어 아파트 등 주택가가 주변에 밀집해 있는 것은 법적 하자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 팽창속도를 무시한채 위험시설을 주택밀집지역화가 예상되는 도시주변에 설치하는 탁상행정으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으며 그동안 주민들의 이전요구를 무시하는 근시안적 행정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10월11일 발생한 북구 운암동 주공아파트 3단지상가 도시가스 폭발사고 이후 「도시가스 안전관리」를 강조해온 것도 말뿐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광주=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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