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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수만불”… 거액과외 열풍(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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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수만불”… 거액과외 열풍(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8)

입력
199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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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승용차·집까지 보너스로/일류대 유학생들 「실업가」 행세/한국인경영 과외학원도 곳곳서 성업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의 A대학에 다니는 교포 B군(24)은 「청년실업가」로 불린다. 방학때면 부모가 있는 LA로 오는 B군은 한국에서온 조기유학생 부모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과외선생이다.

B군은 대학에 들어간 첫 방학때부터 학비는 자신이 벌어서 해결하는 미국풍토에 따라 한국인이 경영하는 과외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당초 교포학생들 상대의 방학 특별반 강사로 초빙됐던 그는 금세 실력이 알려지면서 유학생 부모들의 과외열기에 휩싸였다.

학원에서 받는 월 2천∼3천달러의 강사료는 문제가 아니었다. B군은 대학 2학년 겨울방학때는 한국에서 온지 6개월 밖에 안된 고교생의 콘도미니엄(우리나라의 빌라)에 입주해 1개월을 가르치고 1만달러를 받았다. 주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B군은 이듬해엔 3명의 합숙과외를 맡아 해주고 2만달러와 함께 1만8천여달러짜리 승용차를 보너스로 받았다.

이러한 고액과외 덕분에 학생신분으로 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돈을 만지는 교포 명문대생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군과 같은 「청년실업가」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리말을 웬만큼해 영어가 서툰 유학생들을 요령있게 가르치기 때문. 한국에서도 유별나게 명문대 과외강사를 찾는 학부모들에게 하버드대,예일대 등 이들의 간판은 최고의 매력으로 꼽힌다.

한때 LA에서 과외학원을 경영했던 오모씨(58)는 『원래는 교포학생들의 인기를 얻기위해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생들을 강사로 초빙했는데 목돈을 집어주고 승용차와 집까지 사주는 한국유학생 부모들이 대거 빼내갔다』며 『돈을 모르고 자랐던 대학생들이 터무니 없이 비싼 과외비의 스카우트 열풍에 휩쓸리고 있다』고 못마땅해 했다.

사실 교포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과외는 상당히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포학생들은 어린 나이에 이민을 왔더라도 미국학생들과 경쟁을 하는데는 영어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별도의 공부를 해야한다. 하루종일 바삐 뛰어야 겨우 살아가는 부모들은 하오3시에 수업이 끝나면 갈데가 없는 자녀들을 과외학원이라도 보내야 탈선을 막을수 있다고 안심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교포들은 『과외가 바람직하다』며 『이런 식으로라도 해야 아이들이 공부를 따라갈 수 있고 학원에 있는 시간만큼이라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친척집에 머물거나 하숙 또는 자취를 하는 조기유학생들도 상당수가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교습을 받는다.

뉴욕,뉴저지 일대에만 한국인이 경영하는 과외학원이 20여군데에 이른다. 주말에만 하루 2시간씩 영어·수학을 배우는게 보통인데 수강료는 월 4백∼5백여달러. 매일 수업을 하며 3개월 단위로 등록을 받는 곳도 많다. 강사는 주로 한국인이지만 현직 미국인교사도 상당수에 이른다.

개인과외의 경우 시간당 20∼70여달러를 주어야 하며 한달에 1천∼2천여달러가 든다.

뉴욕인근의 사립학교에 다니는 C모군(18)은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과외를 할 수 없어 방학때마다 뉴욕에서 하숙을 하며 학원에 다닌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4일간,3주간의 수업에 학원비는 1천6백달러를 낸다. C군은 『학력평가시험 등을 치르기 위해선 학교공부로는 감당할 수 없다. 학원에서는 시험 요령 등 한국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뒤 LA의 공립학교 이중언어교사로 있는 P모씨(35)는 주 3회씩 과외학원에 나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P씨는 『처음 유학온 학생들이 학교 적응을 제대로 할 때까지 1∼2학기 정도 과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학생들이 학교숙제를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확실히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P씨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아예 과외교사에게 모든 것을 맡겨 공부나 생활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부 부모들의 발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외공부에 의지하는 타성이 붙어버리면 언어문제는 결코 극복할 수 없으며 나중에는 학원도 제대로 다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뉴욕의 모학원 직원 이모씨(여)는 이 학원에 다니는 조기유학생들의 숫자를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3개월의 수강기간에 하루도 결석없이 나오는 유학생은 절반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부모에게 이끌려 억지과외를 해도 제대로 못따라 가던 학생들이 부모의 아무런 간섭이나 통제가 없는 곳에서 착실하게 학원을 다니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교포 K모씨는 『과외광풍을 피해 조기유학을 보냈다고 떠들던 한국의 부모들이 여기와서도 엄청난 고액과외를 시키거나 쓸데없이 우수과외교사 잡기경쟁을 벌여 과외비를 올려놓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 없다』며 『과외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이러한 일부 부모들이 자제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뉴욕 la="손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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