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불안 “뜬눈” 밤샘/한때 전화·전기마저 끊겨/친인척 안부몰라 발동동【광주=임종명 김종구 송두영기자】 가스 안전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대형사고였다.
탱크로리 취급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빚어진 불길을 신속히 잡지못해 대형가스 탱크 2개가 잇달아 폭발하는 대형사고로 번졌다.
조용한 휴일저녁을 뒤흔든 폭음에 가스저장소 주변은 물론 광주시내 주민들은 모두 불안과 공포에 밤을 새웠다.
사고가 나자 가스저장소 주변지역에 전화와 전기가 끊겨 주민들은 어둠속에서 추위에 떨며 초조하게 진화되기를 기다렸고 인근지역에 사는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알기위해 전국 각처에서 전화를 건 사람들은 소식을 몰라 애를 태웠다.
▷대피◁
천지가 흔들리는 폭음과 함께 불기둥이 1백여m 치솟자 놀란 주민들은 자녀들을 둘러업고 인근 어린이대공원 등으로 긴급대피하느라 아수라장을 이뤘다.
경찰은 가두방송을 통해 현장주변 2㎞이내 주민들을 대피토록했다. 주민들은 이날밤 어린이대공원과 운암국교·금파화학공고 등 4개교에 대비해 추위에 떨며 밤을 새웠다.
북구 운암동 주공아파트 이복순씨(57·여)는 『폭음과 함께 유리창이 깨져 옷도 제대로 못걸치고 대피했다』며 『지난해 10월 인근상가 가스폭발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사고가 터져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북부청 직원 전원을 비롯,공무원 2백여명이 비상근무에 들어가 대피장소에 난로와 담요를 공급했다.
하오10시30분께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전기·전화공급이 재개됐다.
일부 주민들은 불길이 잡히자 밤11시20분께부터 귀가하기 시작했다.
▷진화작업◁
불이 나자 광주시내 동부·서부·광산 등 3개 소방서 소방차는 물론 공군부대 소속 화학차 5대까지 동원돼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불길이 거세 현장 접근을 못하다가 하오9시께 진화작업에 착수,하오10시께부터 불길을 잡기 시작했다.
하오10시 이후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 우려했던 추가폭발은 없었으나 소방서측은 『탱크안에 일부 가스가 남아있어 완전한 진화는 24일 상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도 사고 둘 사망
▷해양도시가스◁
지난 82년 10월 전남도 지사를 지낸 장병태씨가 법인 설립인가를 받아 세운 해양도시가스는 광주시내 5만2천여 가구에 가스를 독점공급해왔다.
지난 83년 3월 가정용 가스공급을 시작한뒤 독점사업으로 급성장한 해양도시가스는 현재 1일 18만8천톤의 도시가스 공급용량을 갖춘 3천7백여평의 용봉동 1공장 외에 1일 20만톤의 공급용량을 갖춘 하남공단내 4천9백여평의 2공장이 있다.
가스저장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배관시설 공사 잘못 및 안전점검 미비로 가스공급을 둘러싼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었다.
특히 지난해 10월11일 하오 북구 운암동 주공아파트 3단지내 상가에서 가스배관공사 대행업체가 가스배관 폐쇄를 재데로 하지않고 도시가스관을 시공하면서 가스가 폭발,주민 2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가 일어나 지금까지 보상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자동소화장치 작동 안해/폭발까지 1시간여 허송
▷화인◁
현장에 있던 한 회사직원에 의하면 하오4시40분께 LP가스운반용 탱크로리 운전사가 탱크로리 속의 가스를 지상저장 탱크에 옮기기 위해 차량을 후진하는 과정에서 탱크로리의 연걸고리가 풀리면서 뒤에 있던 30톤짜리 지상탱크와 부딪치며 가스가 누출됐다.
이어 불꽃이 일어나면서 점차 탱크가 과열,하오6시1분께 불길이 치솟았고 50분께 30톤짜리 탱크 2개가 연쇄 폭발했다.
▷피해◁
한전측이 전기 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암흑속에서 대피하느라 큰 고통을 겪었다.
또 유독가스가 때마침 불어온 강품을 타고 주택가로 번져 많은 주민들이 호흡곤란·두통 등에 시달렸다.
이날 사고로 저장소에서 1백여m 떨어진 이영범씨(54) 소유 과수원 4백여평이 전소됐고 인근에 신축중이던 교회 1동도 폭발의 충격으로 붕괴됐다.
또 가스탱크 주변에 있던 광주 서부소방소 소속 광주1 가7070호 로얄승용차와 해양도시가스 회사직원 승용차 등 7대가 불에 탔으며 회사정문에서 1백여m 떨어진 양계장에 있던 닭 1백여마리가 타 죽었다.
인근 청송실업철공소가 전소됐으며 가스운반차량 7대중 최소 4대가 폭파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점◁
사고가 난 가스저장소는 민간에서 불과 2백여m 떨어진 곳에 위치,대형사고 위험성이 높았는데도 회사측은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은채 가스운반차량 운전사가 임의대로 가스주입작업을 하도록 방치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폭발사고가 나면 자동적으로 물이 쏟아지도록 된 안전장치가 각 탱크마다 설치돼 있었으나 작동되지 않아 큰 폭발사고로 이어져 평소 안전관리가 소홀했음을 드러냈다.
또 첫 가스누출시점인 하오4시40분께부터 폭발시점인 하오6시1분까지 1시간20여분의 시간이 지나도록 응급진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긴급사태에 대처하는 능력이 전무했다.
소방당국도 화학탄적재헬기를 보유하고 있지않아 대형 가스폭발 사고에 무방비 상태임을 드러냈다.
인근 동일아파트 302호 주민 차성태씨(55)에 의하면 『도시가스 저장소가 주택가와 불과 1백여m밖에 떨어지지 않아 여러차례 이전을 요구했으나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다』며 주택가 주변에 가스저장소 건축허가를 내준 당국을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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