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생애등 기록한 책 오토바이왕 「혼다」(특파원리포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생애등 기록한 책 오토바이왕 「혼다」(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02.24 00:00
0 0

◎일 서점가 “강타”/36종중 3종 「베스트셀러」 차지/소니 창업자가 쓴 「내친구…」 한달새 30만부 팔리기도【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 서점가에 오토바이왕 혼다 소이치로(본전종일랑) 바람이 세차다.

혼다 오토바이 혼다자동차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이끌어온 그의 이름은 생전에도 「살아있는 기술자 혼」의 대명사였다. 자신이 썼거나 다른사람과 같이 쓴 책이 무려 16종,제3자가 그에 관해 쓴 것이 36종이나 되는것만 보아도 짐작할만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5일 84세를 일기로 타계한후 그에 관한 책이 더욱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일본인들이 얼마나 그의 죽음을 애석해 하는지 알수 있다.

서적유통회사 「동판」이 발표한 금주의 베스트셀러에는 그에 관한 책이 3종이나 들어있다. 「끝없는 주로 혼다 소이치로의 인생」 「사람의 마음을 사는 기술」 「내친구 혼다 소이치로」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내친구…」는 지난해 연말에 초판이 나온이후 한달 사이에 30만권이나 팔렸다. 세계적인 가전메이커 소니의 창업자 이부카 마사루(정심대) 소니 명예회장이 쓴 이 책은 선배이며 친구였던 혼다와의 40년 교우를 회고한 내용이어서 더욱 독자의 심금을 울려준다. 저자 자신이 혼다에 못지않는 참다운 기술자로 평가받은 인물이어서 두사람의 「기술철학」이 숨김없는 에피소드 속에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올해 83세인 저자는 「워드 프로세서라는 것」이 자신과는 아무 관련없는 문명의 이기라고 여겼으나 목뼈가 나빠져 고개를 숙이고 글씨를 쓸수 없게 돼 손자에게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는 얘기부터 시작하고 있다. 아무리 나이 들어도 배울 것을 배우고야만다는 기술자 근성이다.

저자는 혼다를 높게 평가하는 첫째 이유가 기술자로서의 높은 지조와 완벽한 엔진을 지향한 「흐트러짐 없는 자세」라고 술회했다. 둘째는 자기회사의 일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편하고 안락하게 살수 있도록 하려는 진정한 의미의 「진리」 추구에 일관했다는 점이라 했다.

첫번째 이유와 관련해 저자는 이른바 1만회전짜리 오토바이 엔진개발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상히 회고했다.

혼다 오토바이가 아직 「우물한 개구리」 수준이었던 1954년 그는 오토바이 경주올림픽이라 불렸던 영국 만도레이스에 출전하겠다고 선언,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것은 단순히 참전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혼다오토바이로 우승을 따내겠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 선언으로부터 3개월후 만도레이스를 참관한 혼다는 큰 충격을 받는다. 유럽선수들의 오토바이는 우선 엔진의 출력면에서 혼다것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뛰어났던 것이다. 이 시찰여행에서 그는 엔진의 회전수를 3천회에서 1만회로 올리지 않고는 대적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까지만해도 불가능한 꿈이었다.

기술자들은 물론 학자들까지도 그를 비웃었지만 그는 그것을 실현시켜 61년 만도레이스에서 1위부터 5위까지를 혼다 오토바이가 휩쓰는 기적을 창조했다.

저자는 자신도 그렇지만 혼다에게는 남이 안된다고 하면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기술자 특유의 「심술」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회사의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했다. 아무리 자기회사이지만 전문경영인에게 맡겼으면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혼다씨도 기술이 있으니까 어떤 물건을 만들자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런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흉내내는 것은 질색이어서 지금까지 없었던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세웠었다』

이 회고는 오늘의 혼다와 소니가 있게한 기술철학을 잘 말해준다. 80세가 남어 혼다가 행글라이딩을 배웠다는 얘기는 최근에 워드프로세서를 배운다는 저자의 말과 함께 그들의 기술자 근성을 상징하는 일화이다.

지난해 온세계 증권가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일본 4대 증권의 불법손실보전 사건에 혼다와 소니 두 회사만이 관련되지 않았던 것도 두 창업주의 경영철학 때문이라고 한 경제평론가는 말했다. 일본의 유수한 대기업들이 모두 불법손실 보전을 받았지만,진실로 값있는 물건만을 생산한다는 기업정신이 버블(거품) 경제를 외면하게 했다는 평가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