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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설 에이즈 비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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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설 에이즈 비밀(사설)

입력
199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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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의 무서운 전염병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이 질병에 대한 관리상의 여러 문제들도 속속 노출되고 있다. 엊그제 부산에서 남편의 감염사실을 모르고 결혼한 30대 여자가 국가를 상대로 2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특히 주목할만하다. 이 사건은 감염사실을 과연 배우자에게 마저 숨겨도 되느냐는 도덕적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감염사실에 대한 누설금지를 규정한 현행 에이즈 예방법의 위헌여부 및 결과적인 감염방지 조치 소홀 등 중대한 문제점을 두루 제기하고 있다.원고의 소송제기 이유는 에이즈감염에 대한 공포가 급속도로 높아져 가는 현실에 비추어 충분한 설득력을 지녔다고 하겠다. 당국이 결혼7개월 전에 이미 남편의 감염사실을 알고도 감염방지 조치를 않아 결혼후 아기까지 낳게했을뿐 아니라 감염사실을 여전히 숨긴채 자신과 아이에 대해 6개월마다 감염여부 검진만을 요구해온 것은 한마디로 해도 너무 했다는 주장이다. 재혼의 꿈도 사라졌을뿐 아니라 평생동안 감염공포에 시달리게된 원고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민보건권과 행복추구권 위반을 이유로 우선 이번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지만 곧 위헌소청심사 청구도 아울러 제기키로 했다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위헌 및 국가배상 책임여부야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판결에 앞서 에이즈 감염환자에 대한 관리소홀과 예방법의 맹점만은 이번 소송제기로 충분히 부각된다고 하겠다.

이번 경우 당국의 감염관리 소홀책임은 비록 격리수용은 못했을망정 수시로 점검하지 못해 환자의 결혼과 출산을 방치한 것만으로도 분명하다 하겠다. 에이즈가 환자의 체액에 의해 전파되는 병인만큼 결혼과 출산만큼 확실한 감염경로란 더이상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에게도 인권은 있기에 예방법의 비밀누설금지 규정을 이해못할바 아니다. 하지만 병의 예방을 위해 제정된 법취지에 비추어 병의 감염을 방치하면서까지 비밀만은 고수하려한 당국의 태도는 본말이 전도된 법해석이요,국민경시 행정의 표본이라 할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점차 확산,여배우 복수극 따위의 날조기사마저 등장해 소동을 일으키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당국의 관리에 구멍이 뚫려 1백67명의 공식 발병환자 가운데 29명이 잠적했다는 촌극마저 앞서 빚어졌던 만큼 이제라도 환자들에 대한 관리와 예방대책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다. 감염자의 헌혈이나 결혼을 필요에 따라 강제로라도 막게하고 격리수용 및 첨단연구자료 시설도 세워야할 것 같다.

에이즈는 치명적이면서 전염성이 유달리 강하기에 환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 전체의 중대사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려 확산을 막을 책임이 있다. 그렇지 못할때 이번과 같이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사건들이 줄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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