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소리에 단잠 설치고 그리움을 적던 그날 내무반의 전등은 깜빡 졸고 꺾어진 상병의 하루는 길기만 하다. …졸병땐 고참들 때문에 돌고 고참이 되어선 졸병들 때문에 돌고… 빰빠라에 단잠을 설치고 나간 새벽근무는 짜증스럽기만 했는데 그래도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한때 병영생활을 희화화하여 TV에 방영되던 「동작그만」의 서두 몇 구절이다. ◆군대 내무반 생활엔 추억에 남을 만한 미담도 있는가 하면 기억하기 조차 싫은 어려움도 있다. 행군때 힘겨워하는 신병의 총을 대신 메주는 고참도 있는가하면 때론 심술 궂은 고참들에게서 어려운 시달림을 겪는 병사들도 많다. 그런 경우 억울함이나 욕구불만을 영외에서 발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방부는 최근 일부 군인들의 폭발물 사고,대민범죄 등이 군에 대한 이미지를 흐려놓는 일을 우려하여 강도 강간 등 죄질이 나쁜 대민 범죄에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키로 하고 세부지침을 내주중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한국일보 22일자 23면). 2월초까지의 군관련 사건이 작년의 같은기간보다 23%나 늘었음에 비추어 나온 엄벌방침인 모양이다. ◆정작 바람직한 일은 사후의 엄벌보다 사전예방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어느집단보다 군이 가장 강한 규율에 통제되고 일상 생활에서 각종 검열,점호,보고 등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견지에선 형벌을 무겁게 하는 일보다는 내무반 분위기의 명랑화나 부대운영의 합리화를 통한 심성순화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폭발물 취급이나 사격훈련,운전교육 등 사고위험이 큰 경우엔 기합도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일반 병영생활에서 기율을 빙자하여 불필요하게 하급자들이 들볶이는 경우가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지난달 여러가지 사고들의 바탕에는 상급자들에 의한 지나친 기합 등이 오히려 사고발생 요인이었음을 생각케 된다. 군율이 해이되지 않는 선에서 병영생활을 명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다각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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