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4일로 선거일이 정해지면서 선거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어가는 듯하다. 이미 본격화 하고 있는 지구당행사를 빌미삼아 여야수뇌부가 벌이고 있는 지원사격은 선관위가 경고한 불법·탈법의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선지 오래이다. 명목은 지구당의 창당이요 개편대회요 의정보고대회이지만 유세대결의 내용은 바로 총선득표전이며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세확장 포석과 지지호소 일색이다. 그래서 상대방 당과 인물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방이 판을 치고 지역감정에 부채질 하는 발언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우리나라 선거전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이 뚜렷한 정책대결이 없다는 점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외정책이나 통일정책은 말할것도 없고 국내행정이나 경제문제에 있어서까지 모두가 엇비슷한 것들뿐이어서 사실대결을 위한 쟁점을 찾기에 힘이 든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가령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만 하더라도 여야가 다같이 실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고,단지 실시 시기에 의견이 대립되어 있는 터이며,경제문제중 최대의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는 금융실명제 또한 근본취지나 실시자체보다 언제부터 시행할 것인가하는 시기문제의 대립인만큼 여야간에 근본적인 정책자체의 쟁점은 없는 셈이다.
정책대결이 없는 선거전의 양상이 자칫 정상궤도를 벗어나기 쉽다는 것은 상식이며 과거의 예가 그것을 잘 증명해준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가지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지못하게 되니까 상대방을 헐뜯고 자기를 추켜세우는 방법이나,돈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수법이 동원될 수 밖에 없으며 그같은 방법이 도지면서 점차 선거전은 추잡해질 수 밖에 없게된다.
선관위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관과 정당에 의한 불법·탈법선거 행위의 시정을 경고한바 있고 21일에는 정 총리에게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에 의한 선거개입의 오해소지를 없애주도록 자제협조 공문까지 보낸바 있다고 들린다. 사실 지난날의 우리나라 선거가 너무나도 불법행위에 익숙해져 있는탓에 웬만한 불법쯤 불법으로도 여기지 않을만큼 선거분위기가 흐려져 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래서 모두들 부정에 관대하고 수단방법을 가릴것 없이 우선 당선부터 해놓고 보자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보편화 되어왔다. 요즘의 선거양상은 바로 그러한 과거의 타성을 조금의 부끄러움이나 반성의 기색도 없이 그냥 답습하고 있는 꼴이다.
선거 양상이 최소한의 도의성마저 잃고만다면 그 결과가 도의성 없는 사람들의 선출로 끝날 것이 틀림없고,그러한 사람들이 모여서 엮어낼 정치가 도의의 바탕을 상실한 것이 되리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공명선거가 공염불에 그치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을 경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다시한번 퇴영의 길로 빠져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유권자들의 각성이 선거를 올바른 궤도로 올려놓게 되기를 강력히 바라고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