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설렘속 계속 “재잘재잘”/지난해 20여명 결성… 백40명으로/핵가족시대 참된 부상 정립 노력/전가족 문화행사도 계획어떻게 해야 좋은 아버지인 것일까. 아이들이 상전인 핵가족시대에 일속에 묻혀 살면서 자녀들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아버지들이 많다.
요즘 아버지들은 친구처럼 자상한 사람이 돼주고 싶어 하다가도 어렵기만 했던 그들의 아버지세대를 떠올리며 엄한 아버지의 권위를 세워보려 하는 혼란과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 가장들이 모여 만든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한기천·39)이 22일 하오 자녀들과 함께 1박2일의 열차여행을 떠났다. 이날 하오 3시 서울역 광장에서는 회원인 아버지들과 그자녀 63명이 일정표를 함께 보며 색다른 여행에 들떠있었다.
밤늦게 들어와 새벽같이 나가거나 술취해 아이들을 깨우고,일요일이면 잠만자는 아버지를 보아온 아이들은 쉴새 없이 재잘거렸다.
회원들이 2월 행사로 열차여행을 기획한것은 열차여행의 향수와 추억을 나누어주고 하룻밤 엄마없이 아빠하고만 생활해보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들은 놀고먹다 오는 여행이 되지않게 하려고 참 많은 준비를 했다.
부산까지는 열차로,다시 전세버스를 타고 경남 진해로가서 임광사에서 자기로 했다. 여관이나 호텔에 묵거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은 「좋은 아버지」다운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산사에서 재우고 스님들의 새벽예불에도 참여키로 했다. 대부분 국민학생인 아이들은 스케치북까지 챙겨들고 따라나섰다.
아버지들은 2차례의 사전답사끝에 절주변 등산로를 점검,그림그리기 지도판과 보물찾기놀이도 준비했다. 이들의 정성은 절밑에 있는 시골마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현장답사하러 간 이 모임운영위원 김동렬씨(39·회사원·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말을 들은 주민들은 이불을 1채씩 선뜻 내놓았다.
모임이 결성된 것은 지난해 5월. 동화작가인 강우현씨(38)가 30∼40대 20여명과 함께 만든이후 회원이 1백40명으로 부쩍 늘어났다.
회원들은 매달 한차례 모일 때마다 자녀들로 부터 점차 소외되는 아버지의 고충을 서로 나누며 대화와 사랑을 주고받는 아버지가 돼야겠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올림픽공원에서 「아버지가 만든 그림책 전시회」를 열었고 지난 1월에는 재생종이로 카드와 공책을 손수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이번달에는 「뉴키즈 광란」으로 자녀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유난히 회원이 되겠다는 전화문의가 늘어났다.
3월부터는 「가족과 함께 독립기념관 방문」 「나무를 심고 가꾸는 가족」 「가족이 함께 문화생활을」 등 전가족이 참가하는 월간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바빠서 행사에 참가못하는 아버지들을 위해 「좋은 아버지」라는 가정정보지도 매달 발행키로 했다.
1월까지 회장을 맡았던 김관옥씨(44·의사)는 『가정의 아버지 부재는 사회의 아버지 부재로 직결된다』며 『우리의 아이들을 미래 사회에 기여할 훌륭한 성인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네살짜리 외동딸의 아버지인 총무 황인구씨(37·회사원)도 『딸이 커갈수록 아버지 노릇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며 『회원들은 잘놀아주는 아버지가 아니라 혼을 내줘야할때 아이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도록 평소의 대화로 부권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원일회기자>원일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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