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클레르크,대통령자리 걸고 지지호소/패배땐 정국혼란·흑백 무력충돌 가능성흑백 인종장벽이 무너진 남아공의 민주개혁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이 내달 하순 남아공 백인만을 상대로 실시되는 국민투표서 드러날 전망이다.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은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의 완전 폐지를 묻는 이 투표를 통해 흑인과의 권력공유 거부는 물론 인종차별 지지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보수세력과 한판승부를 겨루게 된다.
악명높은 아파르트 헤이트의 철폐만이 남아공의 정치 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클레르크 대통령은 20일 이번 국민투표에서 패할 경우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의 대통령직을 걸고 「사활의 수」를 던진 것이다.
지난 19일 클레르크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국민당(NP)이 40년간 아성을 지키던 포체프스트룸지역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에 대패한 것이 이같은 승부수를 띄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당초부터 흑인들에 권력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의 보수당은 『클레르크가 백인들을 헐값에 넘기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향후 신헌법 제정을 위한 민주남아공회의(CODESA)에도 불참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사실 남아공 백인들에게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는 피부색이 다른 이 민족의 지배와 최악의 경우 삶의 터전상실을 의미한다.
더욱이 스스로를 「아프리카나」라고 부르며 3백여년 동안 고향인 유럽과 단절한채 살아온 그들이기에 권력 독점에 대한 애착은 더하다.
그러나 「인종차별문제 해결없이는 더이상 남아공의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클레르크는 보궐선거 결과가 발표된지 하루만인 20일 사실상 보수세력과의 정면승부를 뜻하는 국민투표 실시를 제의한 것이다.
만일 클레르크가 국민투표에 패배,사임하게 되면 남아공의 정치상황은 혼돈상태에 빠져 인종차별 지지정권으로의 회귀 및 흑백 무력충돌의 암흑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프랑스의 통신사인 AFP가 현지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클레르크 대통령이 정정안정을 희구하는 백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취약점이 있다.
클레르크 대통령은 백인 유권자들에게 아파르트헤이트 철폐후 그들의 장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ANC 등 흑인정치단체들은 클레르크의 국민투표 제안이 『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백인들의 검증각인』이라면서 이를 저지할 움직임을 보여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또 다른 분기점을 맞고 있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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