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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선고」 3년 루시디 어떻게 지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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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선고」 3년 루시디 어떻게 지내나

입력
199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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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공포… 기약없는 도피생활/방송출연 지원호소… 「해제」 여론 높아/종교명령 위력 「악마의 시」 출간 난항【런던=원인성특파원】 「악사의 시」라는 소설로 호메이니 등 회교도들을 격노하게 만들었던 살만 루시디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진지 지난 14일로 3년을 맞았다. 루시디의 처형을 전세계 회교도에게 지시했던 호메이니가 죽고 이 작품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누그러졌지만 루시디는 여전히 불안과 공포속에서 기약없는 도피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파트와」로 불리는 사형선고가 내려진지 3주년을 맞아 지난 14일 런던에서는 루시디를 후원하는 전세계 문인들이 모여 조촐한 행사를 가졌다. 루시디는 이 자리에 예고없이 나타나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루시디는 이 모임에서 자신의 작품이 정당한 예술활동임을 강조하고 자신의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줄것을 이란과 영국정부에 요구했다. 루시디는 사형선고 3주년을 즈음해 영국의 채널 4 텔레비전과 BBC라디오에도 잇달아 출연,이란정부의 탄압과 영국정부의 무성의를 비난하며 자신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이슬람의 창시자인 마호메트와 코란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루시디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은 것은 89년 2월14일. 당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호메이니는 전세계 회교도들에게 루시디와 이 책의 출판에 관련된 사람들을 처형하라고 지시했고,그의 목에는 1백만달러의 현상금까지 붙었다. 루시디는 즉시 도피생활을 시작,두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아내와 함께 사나흘 마다 숙소를 옮기는 등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왔다. 90년 12월24일에는 일부 회교 지도자들과의 협상끝에 회교에 귀의할 뜻을 밝히고 「악마의 시」가 회교를 모독한 부분이 있다고 사과하기도 했으나 이란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에 대한 현상금이 2백만달러로 올라갔고 배신감을 느낀 루시디는 저항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형선고 3년 동안 루시디와 출판 관계자들은 적지않은 피해를 입었다. 불안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루시디의 아내는 몇달 뒤부터 별겨에 들어갔다. 브뤼셀 회교도본부의 두 지도자는 루시디에 대한 동정적인 견해를 밝힌 직후인 지난 89년 3월 과격회교도에게 피살됐다. 「악마의 시」를 일본어로 번역한 히토 이가라시도 지난해 7월 살해됐고 이탈리아의 번역가 에토래 키프리올리는 습격을 당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러한 억압에 맞서 각국의 문인들은 루시디 보호위원회를 결성하고 그에 대한 사형선고를 해제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루시디 문제를 끊임없이 여론화하고 이란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행사를 요구해온 이들은 지난 13일 런던에 주재하는 이란외교관들과 처음으로 접촉을 갖기도 했다. 유럽의회 의원들도 루시디를 지원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EC회원국들에게 이란이 사형선고를 해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라고 촉구하는 등 지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루시디가 자유로운 삶을 되찾을 가능성은 아직은 희박하다. 호메이니가 죽은 뒤 이란정부가 다소 유화적인 자세로 돌아서고는 있지만 호메이니의 종교적 명령인 「파트와」를 후계자들이 해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출신으로 엄연한 영국시민인 루시디의 인권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영국정부도 이란과의 관계개선에 집착,별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악마의 시를 대중용 문고판으로 출간하려던 계획이 최근들어 난항을 겪고 있어 루시디에 대한 사형선고가 아직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어문고판은 회교도들의 위협을 덜기 위해 미국의 작가협회와 출판사 등 50개 단체가 연합해 올해 4월중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일부단체가 회교도들의 협박을 받고 물러서는 바람에 출판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소설 한편으로 사상과 출판의 자유를 억압받고 있는 루시디는 여전히 불안한 도피생활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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