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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짜」시대(정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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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짜」시대(정경희칼럼)

입력
199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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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참가름이 흔하다 보니 「진짜 참기름」이라는 딱지가 인기를 끌게 마련이다. 서울의 큰 시장의 기름집에서 직접 짜서 파는 참기름이다.그러나 이들 「진짜 참기름」의 78%가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을 섞은 「불량 참기름」이더라고 했다(서울 YWCA조사). 지체높은 유명업체의 참기름도 10%가 불량제품이더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진짜의 78%가 「가짜」였다는 웃지 못할 얘기다. 가짜에도 보통 가짜가 있고,진짜 가짜가 있는 세상이 됐다.

문서의 진짜·가짜를 가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감정이 과연 진짜였는지,그렇지 않으면 가짜였는지가 지금 도마위에 올라있다. 검찰이 그 감정업무를 감정해본 결과는 한마디로 말해서 『김모실장이 뇌물을 받은건 사실이지만,허위감정을 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설 감정업자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김모실장에게 뇌물을,그것도 온라인으로 보내왔다는 얘기다. 세상에는 그런 일도 있을까 싶고,어쩐지 「낯이 간지러운」 얘기로 들린다.

게다가 검찰은 이번 의혹의 제보자인 조모씨를 6∼7년전의 사건을 걸어 「사기미수」로 쇠고랑을 채웠다. 그도 사기 등의 전과가 33범이나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요즈음 허위감정 때문에 재물을 빼앗기거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는 피해신고가 소비자운동본부에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기가 찍은 일이 없는 도장이 찍힌 문서 때문에 재산을 날렸다는 식의 억울함을 호소한 사건이 20여건이나 접수됐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허위감정 의혹」은 선량한 시민이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의 복마전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어쩌면 전문적인 문서위조조직이 관련돼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있는 사건에,그리고 법을 다루는 검찰이 발표한 내용에 감히 말참견할 수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또 행여 국가기관이 가짜감정을 했다는 사실이 노출됐을때 있을 수 있는 충격을 생각한다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는게 상책이라는 판단도 있을 법하다. 어차피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김모실장의 유죄는 면할 수 없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 치더라도 「이유없는 뇌물」이라는 어쩐지 낯간지러운 설명을 남겨둔채 사건이 끝난다면,국가기관과 법이 입은 상처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가짜가 판을 치자 「진짜 가짜」가 나온 이 불신시대에 수사당국은 뇌물의 진상을 속시원하게 설명해줘야 할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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