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노선매각등 자구활발/경영위험 분산·노선연계 이점/신장세 아지역 항공사와 대조【뉴욕=김수종특파원】 불황에 허덕이는 국제항공업계가 기업합병과 매수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경제의 여파로 미국항공사나 미국과 대서양 노선을 공유하고 있는 유럽 항공사들은 심각한 경영압박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에서만 미드웨이·이스턴·팬암사 등 3개 항공사가 도산하고 다른 항공사들도 주요 노선을 매각하는 등 최악의 불황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각 항공사들은 경영위험을 분산하고 노선연계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기업합병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이 노스 웨스트사와 영국의 브리티시 항공 그리고 네덜란드의 KLM 등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합병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적자 운영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의 항공사들은 적자노선을 처분함으로써 경영위기에서 벗어나려하고 있다. TWA항공사는 아메리칸 항공에 런던노선을 매각했다.
미국과 유럽항공사와는 달리 최근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항공은 제2의 도약을 위해 국제적인 항공사와의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은 미 텔타항공사 및 스위스 항공과 주식교환 협정을 맺었다. 또한 싱가포르 항공은 호주 국영항공사인 콴타스 항공의 민영화를 앞두고 지분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세아니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운항에 주력해온 콴타스항공도 장거리 운항능력을 갖춘 싱가포르 항공과의 제휴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항공에 비해 경영기반이 취약한 필리핀항공은 민영화를 앞두고 외국항공사에 67%의 지분을 매각할 것을 제의해놓고 있다.
싱가포르항공과 필리핀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지역 항공사들은 외국항공사와의 합병·제휴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5년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항공산업의 신장세가 계속돼온 동아시아의 항공사들은 합병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고 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의 켄 왕 전무는 『성장을 위한 성장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사실 캐세이퍼시픽을 비롯한 아시아 유수의 항공사들은 이미 예약,수하물,기내식,항공기 정비 등의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협력체제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특별한 경영압박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부담이 큰 합병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시아지역 항공사들은 대부분 1국 1항공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국적기로서의 자부심이 섣부른 합병을 자제시키고 있다.
또한 이 지역 국가들이 외국과 맺은 항공협정에서 대부분 국제노선 운항에 자국 국적기에 적어도 50%는 배정할 것을 규정해 놓고 있어 이러한 옵션에 상충하는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은 것도 타항공사와의 제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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