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사 이임리셉션에 북한 박 대사 참석/한국특파원과 농담… 유연한 태도 보여【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북한의 박길연 주유엔대사가 19일 한국의 노창희 주유엔대사 이임리셉션에 밝은 모습으로 참석,평양고위급회담의 화해무드가 모처럼 유엔무대에까지 번지고 있다.
유엔대표부에 따르면 유엔에서 한국대표부의 행사에 초청받아 북한대표가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
이날 리셉션은 노 대사가 외무부차관에 내정되어 귀국함에 따라 열린 것인데 박 대사는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피커링 미국대사 등이 다녀간 직후인 하오 7시께 리셉션장인 유엔본부 4층 대표단식당에 나타났다. 노 대사로부터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에 박 대사는 『정말 가는거요』라며 농담섞인 환송인사를 했다.
칵테일잔을 받아쥔 박 대사는 한국대표부 직원 및 한국특파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환담하는 등 매우 밝은 모습이었다. 『특파원들과도 자주만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박 대사는 『유엔에서 얼마든지 보고있는데,이제 평양에서 봐야죠. 지금 평양에는 기자가 쫙 깔려있지요』라고 농담조의 대답을 했다. 고향이 추운 자강도라고 밝힌 박 대사는 화제가 강계미인으로 옮겨지자 『그쪽이 물이좋아 그런지 예쁜여자가 많은것은 사실』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업무외의 뉴욕생활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대사는 『교외로 산책도 나가고 쇼핑도하며 구경도 다닌다. 위험한데는 피하지만』이라고 말한후 『기자들은 우리는 아무데도 안나간다고 자꾸 쓰는데』라며 잘못 짚고 있다는 뜻을 비쳤다.
박 대사는 각국 대표단 등과 만나며 40분쯤 환담하다 리셉션장을 나가며 노 대사와 한참동안 작별인사를 했다.
남북한 외교관끼리 유엔에서 수 없이 만나지만 현재까지는 업무상 할 수 없이 딱딱한 접촉을 하거나 마지못해 인사를 하는것이 상례였다.
지난주 일본의 하라노 대사가 마련한 노 대사 이임기념오찬 자리에도 박 대사가 참석해 북한대표부의 태도변화를 보여주었다고 한국대표부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또 유엔회의에서 만나는 북한 참사관들의 태도가 매우 타협적이라고 한국 참사관들이 전했다.
북한대표부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남북대화의 진행과 관련,핵문제 해결전망과 함께 북한대표부의 활동폭이 보다 유연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유엔대표부는 단순한 유엔외교 창구일뿐 아니라 대미외교의 전진기지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북한대표부는 박 대사를 비롯한 3명의 대사가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 대사는 순수한 유엔외교를 전담하고 있으며,허종부대사는 미국관계를,김충남부대사는 교포관계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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