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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경제발전과 군축/한상진 칼럼(밖에서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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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경제발전과 군축/한상진 칼럼(밖에서본 한국)

입력
199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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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레닌주의의 파산을 보면서 우리는 민족주의의 폭발성에 놀란다. 동서 양진영의 국제주의가 표방해온 것이 시장의 논리였건 계급의 논리였건 간에 이에 의해 홀대되었던 민족주의의 부활을 알리는 징후와 사건은 세계도처에 많다.이 주제는 우리에게도 뜻깊은 암시를 준다. 1월23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이 지적한 것처럼 거듭된 외침·일제 식민주의·분단·전쟁·냉전 등으로 「상처받은 민족주의」가 오늘날 신장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여 꿈틀거리고 있다고 할때,이를 어떻게 보다 풍요로운 내용으로 발전시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통일을 이룩할 것인가의 중차대한 과제가 우리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실로 매우 험난했지만 북한당국은 아마도 이제는 그들이 선호해 온 통일방식의 현실화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국내용 선전을 제외하면 어느덧 남한의 독일식 흡수통일론을 경계하고 비판하는 수세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변화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들은 또한 오늘날 북한 경제가 남한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경제개발을 위한 여건조성과 자본 및 기술도입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노태우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잡지와의 회견에서 남한정부는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원치 않으며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는 정책을 결코 취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천명했다고 한다. 또 북한을 다녀온 김우중씨는 북한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관리가능하며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잠재능력을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종합하자면 하나의 전망은 분명히 선다. 남한 기업의 북한진출이 임박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어쩌면 미국투자를 가장 선호할 것이나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고 있으며 이것을 실기하지 않는 것이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군사자료의 객관성으로 국제적 평가를 얻고 있는 영국 국제전략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1990년 북한의 총군사비 지출은 남한의 절반정도로서 북한 국내 총생산의 11%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것은 남한의 4.4%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이와함께 1985∼90년 사이의 군사비 증가율을 보면 각 연도별 달러환율로 계산해서 북한은 25.7%증가했지만 남한은 141.4%가 증가했고,원화의 달러강세에 따른 편차를 줄이기 위해 1985년 환율을 적용하더라도 북한은 20.4%,남한은 5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비 지출이 북한에게 갈수록 큰 압박이 되고 있으며 북한 경제를 더욱 침체와 늪으로 끌고가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솔직히 군축문제에 부딪치지 않을 수 없다. 군축의 목적은 크게 두가지로서 하나는 군사안보의 면에서 군사력의 균형유지와 신뢰구축에 있다면,다른 하나는 군사비 절감을 통한 경제번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를 민족공동체로 파악할때 우리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군사안보적 군축의 탁월한 보기는 1990년 11월 파리에서 체결된 「유럽재래식무기 감축조약」에서 찾을 수 있다. 미소 등 22개국은 수년에 걸친 협의끝에 드디어 유럽내 군사균형을 이룩하자는데 합의했고 5개 유형의 무기 수·위치·이동사항 등을 매년 보고하고 군사조직의 변화와 주요 작전을 사전통보하며 군기지에 대한 현지조사 등 신뢰구축을 약속했던 것이다.

한반도 군축 역시 동북아 전체의 군사균형을 전제해야 하는 만큼 유럽의 군축경험을 모델로 삼아 상호신뢰의 기반을 쌓음으로써 병력감축과 군사비 절감의 길을 개척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사력의 80%이상이 전방에 배치되어 있는 공격형 편제로부터 방어용 편제로의 전환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흑자는 군축논의가 북한의 선전무기였고 곧장 미국철수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할지 모르나 반드시 그런것은 아니다. 군축의 선행조건은 신뢰할 수 있는 자료교환과 검증인데,영국 국제전략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정규군은 90년 1백10만명인데 반해 남한은 75만명으로 나왔다. 군사력의 균형을 위해서나 경제발전을 위해서 북한의 국축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험에서도 소련측의 병력감축이 훨씬 더 많았다.

주한 미대사를 역임한 바 있고 동북아 정세에 능통한 어느 인사는 얼마전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세미나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일본과 중국정부의 숨겨진 입장이 부정적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통일된 군사력이 그들의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남북한이 모두 인구·영토·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군사경쟁을 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호전적 이미지를 밖에 심어줄 것이라는데 대해 우리도 응분의 관심을 가질때가 되었다고 본다. 탈냉전시대를 맞아 보다 품위있는 민족주의를 가구어가기 위해서라도 지혜로운 군축논의가 필요할 것이다.<서울대교수·뉴욕컬럼비아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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