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과격파 세력약해 대세역류 힘들어/24일 워싱턴회담 “예정대로”… 성과는 무망친이란계 시아파단체인 헤즈볼라(신의당) 지도자 압바스 무사위가 지난 16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폭사한 이후 레바논에는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레바논 회교민병대와 이스라엘군은 서로 「피의 보복」을 다짐하며 17∼18 양일간 이스라엘점령 남부레바논 지역에서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다.
헤즈볼라 지도부는 무사위의 장례식이 거행된 17일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총파업이 진행중인 레바논내 회교도 거주지역에선 수만명의 추모자들이 『이스라엘에 죽음과 복수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누볐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중동평화회의 3차쌍무협상 개최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그러나 무사위의 암살로 격앙된 레바논내 회교도들의 반이스라엘 투쟁분위기가 중동전체로 확산돼 중동평화회의 자체를 무산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헤즈볼라 등 과격 회교세력이 평화회의 개최쪽으로 향하고 있는 중동정세의 큰 흐름을 독자적으로 가로막을 만큼 강하지 않다는 분석때문이다.
이같은 전망은 현재 무사위의 암살에 대한 중동각국 정부의 반응을 통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헤즈볼라를 배후지원해온 이란의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무사위 암살을 「혐오스런 행위」라고 비난하면서도 중동평화회의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경제회복을 위해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는 이란이 헤즈볼라의 대 이스라엘 보복공격을 지원함으로써 중동평화의 파괴자로 지탄받는 사태를 피하려는 의사표현으로 풀이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대이스라엘 제재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도 워싱턴 쌍무협상에는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사실상 레바논의 종주국인 시리아도 워싱턴회담 참가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모스크바 다자간 협상에 불참했던 이들 두나라가 워싱턴 쌍무협상 참가를 결정한 배경은 무사위 암살사건을 부각시켜 골란고원 및 남부레바논 등 자국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밖에 요르단 등 여타 아랍진영도 워싱턴회담 참가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다비드 레비외무장관도 17일 회담참가를 강하게 시사해 일단 24일 워싱턴 쌍무협상은 예정대로 개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담이 성사된다해도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군축과 지역안보,환경,수자원,경제협력 등 중동 각국의 실무적인 이해관계를 다루는 다자간 협상에 비해 오는 24일의 워싱턴 쌍무협상에선 영토나 생존권 등 보다 무겁고 합치되기 힘든 의제가 상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 쌍무협상은 예정대로 개최된다해도 아랍이스라엘 양측의 깊은 골을 다시한번 확인한후 다음 협상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