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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키즈」 소동으로 드러난 공연문화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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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키즈」 소동으로 드러난 공연문화 현주소

입력
1992.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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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 전문화 시급하다”/“흥행만을 노려 마구잡이 초청/우리정서 맞는 연예인 선별을”/폴라 압둘등 내한앞서 준비 철저토록17일 밤 올림픽체조경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뉴키즈 온 더 블록」의 공연소동은 우리나라의 「공연문화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낸 본보기였다.

돈이면 뭐든 할수 있다는 주최측의 빗나간 상혼과 공연장 안전관리의 소홀,전문적인 공연기획단체의 부족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예고된 사태」였다.

특히 이번 불상사가 공연기획의 전문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사전 준비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외국가수들을 불러오는 공연풍토에서 비롯됐다는 지탄의 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외국의 가수들을 흥행만을 노려 경쟁적으로 불러오기보다는 우리 청소년들의 정서에 맞는 연예인들을 선별해서 초청,청소년들에게 유익한 놀이마당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뉴키즈」에 버금가는 미국의 인기여가수 폴라 압둘과 록기타리스트 잉위 맘스틴이 각각 3월에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뉴키즈」 선풍은 공연계획이 알려지던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티켓구입에 고가의 중국산 마오타이주를 선물해야 하는 등 티켓 확보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연당일 김포공항에서 시작된 청소년들의 열광은 공연장으로 그대로 이어졌고 충분한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좌석이 배치돼 결국 물리적 사고로까지 확대됐다. 무대 앞 마룻바닥에 표시된 지정석은 공연 시작전부터 먼저온 사람이 차지해 있으나마나였다.

이번 사고는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부재에 따른 사회병리현상의 한 모습으로,그들의 감성을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얄팍한 상술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요평론가 이백천씨는 『안전대책 소홀이 문제였지,청소년팬들에게 그들의 정서를 책임지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69년의 클리프 리처드,80년의 레이프 가렛 내한공연때 당시 청소년들이 보여줬던 열광의 현장에서 나타나듯이 이같은 현상을 현대 사회의 한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않다. 문화계 인사들은 이같은 흐름을 바른길로 유도하는 문제와 관련,매스컴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현대의 대중스타들은 실력으로 성장하기 보다는 매스컴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며,「뉴키즈」의 경우에도 방송 잡지 신문 등 각 매스컴에서 공연 전부터 경쟁적으로 보도해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뉴키즈」는 오히려 입국때부터 기자회견·공연에 이르기까지 시종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여 한국 팬들에게 진지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공연사고는 청소년 팬들의 욕구가 분출된 단적인 예로 분석되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공연장의 안전대책 미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사회체제를 포함해 기성인들의 행동·사고방식이 올바로 잡혀지지 않으면 외국의 일개 연예인그룹에 한국 청소년들이 넋을 잃는 이같은 일은 그치지 않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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