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금지 결의」등 서구시장 위축따라/합작공장 설립 과감한 투자/중국시장 5%만 점유해도 불 전체수준과 비슷/한국은 “수입반대등 공략하기 힘든 나라” 꼽혀【런던=원인성특파원】 유럽의회는 11일 EC회원국 안에서 담배광고를 전면금지하는 결의안을 격론끝에 1백50대 1백23으로 통과시키고 내년 1월부터 이를 전 회원국에서 시행토록 요구했다. 이 결의안은 3월중에 열릴 12개 회원국 보건장관회의에서 추인을 받아야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만일 담배광고의 전면금지조치가 현실화하면 신문 잡지 등의 매스미디어와 다국적 담배업체들이 후원하는 스포츠행사 등은 큰 타격을 입을게 분명하다.
유럽의회가 이같은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필립모리스 등 전세계 담배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불안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유럽의회의 결의안은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데다 최종결정권을 쥐고 있는 EC각료회의에서 이를 추인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기 때문이다. 각료회의는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데 자국 담배업체들을 옹호하고 있는 영국 독일 벨기에 등이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이 이 조치에 큰 불안을 느끼지 않는 더 큰 이유는 서유럽이 이미 주요시장의 위치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90년 현재 전세계의 담배수요는 약 2천7백억갑(20개비 기준)으로 10년 동안 20%가량 늘어났다. 이 기간동안 미국을 포함한 서구시장은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보건관계 단체들의 활용이 유효해 수요가 줄어들었으나 나머지 지역의 수요는 급증세를 보여왔다. 특히 소련과 동구 등 과거의 공산권과 아시아지역의 담배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은 서구에서 잃어버린 수요를 이들 지역에서 보충하고 있다.
이같은 실정을 반영하듯 켄트와 럭키 스트라이크 등으로 세계시장의 1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BAT그룹은 수출규모가 86년의 22억갑에서 90년에는 43억갑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말보로 등으로 30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있는 필립 모리스도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생산설비 확장에 3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필립 모리스,BAT,로트만,레놀즈 등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집중공략 목표로 삼고 있는 곳은 옛 동구공산권과 아시아 지역이다. 이들은 러시아와 헝가리 동부 독일지역 등에서 과거 정부소유의 국영공장을 사들이거나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장악해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는 있지만 외환의 부족,기업활동의 어려움 등 때문에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이에 비해 한중일과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권은 더욱 전망이 밝은 확실한 시장으로 꼽힌다. 많은 인구와 경제발전에 따른 구매력의 증가,그리고 미국의 압력으로 수입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에 다국적 담배기업들은 이 지역을 서구를 대신할 주요시장으로 보고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수입이 개방된 일본 시장은 연간 약 1백60억갑으로 동구권 전체보다도 더 큰 규모이다. 말보로와 라크 등을 앞세운 필립 모리스는 이미 1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선두를 달리고 있고 던힐을 판매하고 있는 로트만은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연간 수요가 8백40억갑 정도로 두말할 것 없이 셰계최대시장인 중국은 이들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레놀즈와 로트만 등은 이미 합작공장 설립에 합의한 상태인데 오래전부터 중국의 담배경작을 지도해온 로트만은 올 6월부터 산동성의 공장에서 던힐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의 양담배 수입규모는 외환규제 때문에 아직은 전체수요의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의 5%만 장악해도 영국이나 프랑스의 시장과 맞먹는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낄만한 시장임에 틀림없다.
최근에 문호를 개방한 태국과 대만에서도 다국적 기업들은 기대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에게는 가장 공략이 힘든 시장으로 꼽힌다. 연간소비량 48억갑으로 세계 10위권 이내의 대규모 시장이지만 시장개방 4년 동안 양담배점유율은 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과소비 억제를 표방한 수입반대 운동 등이 한국을 유일한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남겨놓은 이유로 보고 있다.
◎담배의 역사/중남미원산… 신대륙 발견후 서구소개/우리나라엔 17세기초 일본에서 들여와
담배의 발상지는 중남미대륙이라는게 통설.
고대 마야족의 석조신전이나 유물에 신관이 흡연하는 모습이 새겨져,AD500∼700년에 이미 담배가 중남미 유카탄반도에 널리 퍼졌음을 알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잎담배가 기원전부터 중남미대륙에 야생종으로 분포돼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담배가 서방에 전해진 때는 1492년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이후. 콜럼버스 등 스페인탐험대 일행이 이해 서인도제도에 상륙하자,원주민들은 이들을 「신의 사자」로 여기고 진귀품을 선물했다. 이중 하나가 담배잎인데,원주민들에게 담배는 복을 안겨주는 신초였다는 것.
콜럼버스일행은 금·은만을 중히 여겼기 때문에,서인도제도 발견후 50년간 담배는 항해선원의 기호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1543년 스페인에서 담배의 의약적 효능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1558년 포르투갈의 박물학자 고에스가 플로리다에서 담배종자를 가져다가 보급했다.
특히 당시 리스본에 주재하던 프랑스 대사 J 니코가 대사관 앞마당에 이를 심고,부상자의 외상을 담배잎으로 치료했다고 말함에 따라 담배는 급속히 확산됐다.
우리나라에는 1608∼16년 사이에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중에는 『담배를 남영초라고 하며 왜국에서 나왔다. 여기는 담을 제거하며 술을 깨게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독이 있으니 경솔히 사용해선 안된다』는 대목이 나온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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