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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렵통화기구」 유치/영국­독일 불꽃 접전(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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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렵통화기구」 유치/영국­독일 불꽃 접전(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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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유럽최대 금융도시” 활발한 막후로비/영/이미 건물짓고 준비만전… 콜 총리도 지원나서/독【런던=원인성특파원】 영국이 유럽의 단일통화정책을 주도하게될 유럽중앙은행의 전 단계인 유럽통화기구(EMI)를 런던에 유치하기 위한 로비에 나섬에 따라 이를 둘러싸고 영국과 독일간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공동체(EC) 12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해 12월 마스트리히트 정상회담에서 정치·경제통합 조약에 합의하면서 99년까지 각국의 통화를 대체할 단일통화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단일통화 정책을 관장하게 될 유럽중앙은행을 설립하기에 앞서 그 준비단계로 유럽통화기구를 94년에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아직도 뉴욕 동경보다 규모가 큰 런던금융시장을 갖고 있는 영국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럽통화기구를 유치하는데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영국이 단일통화의 채택에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과도기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이 기구를 유치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도 주요 이유중의 하나이다.

영국의 견해는 유럽중앙은행이 미국의 중앙은행과 비슷한 성격으로 운영되리라는 것이었다. 즉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뉴욕의 연방준비 기구가 실무적인 시장조절 기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유럽의 중앙은행도 본부를 어느곳에 두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런던이 환율조정과 시장개입 기능을 갖는 실무기구를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영국의 인식은 최근들어 급속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이 런던 이외의 다른 지역에 자라잡을 경우 세계최대 금융시장인 런던의 위치는 상당히 약화될 것이며 실질적인 권한은 별로 없지만 통화기구를 유치하는 도시에 중앙은행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에 에디 조지 부총재도 지난달 중순 『유럽통화기구가 런던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간다면 금융중심지로서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견해를 대변했다. 달러 및 엔화와 더불어 상당한 파워를 갖게될 유럽단일통화를 관장할 유럽중앙은행이 다른 도시에 유치되면 금융관계 주요기구들이 그곳으로 본부를 옮길 것이기 때문에 런던이 완전히 쇠퇴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리라는 것이다.

94년부터 활동을 시작할 유럽통화기구의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룩셈부르크 등이다. 이중 단연 선두는 역시 프랑크푸르트이다. 아직 런던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금융시장으로서 위치를 확보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콜 총리의 독일정부가 적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콜 총리는 얼마전 유럽통화 기구용 건물까지 정해놓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기구를 독일이 유치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독일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미 EC를 사실상 주도하는 등 파워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은 런던에 유치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프랑크푸르트에 줄 수는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영독간의 치열한 대결구도에 캐스팅 보트를 쥐게될 가능성이 있는 프랑스는 파리를 후보지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다. 유치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브뤼셀로 이전설이 나돌고 있는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용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미테랑 대통령은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대가로 암스테르담과 룩셈부르크를 밑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런던은 금융시장으로서의 명성이나 그동안 유럽단일통화의 관리를 위해 기울인 노력 등으로 비춰볼때 가장 적합한 후보지인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유럽개발은행이 본부를 두고 있다는 점과 런던이 금융시장으로서 더욱 강화되는 것을 원치않는 독일과 프랑스 등의 강력한 견제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런던의 가장 큰 약점은 EC의 다른 11개 회원국과는 달리 영국만이 단일통화 체제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마스트리히트 정상회담에서 이의 가입여부를 97년까지 유보할 수 있는 조항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단일통화를 채택할지조차 아직 결정하지 않은 영국이 런던에 유럽통화기구나 중앙은행을 유치하기에는 자격상의 결격사유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금융 중심지로 중요한 기능을 갖게될 통화기구의 본부가 어느곳에 결정될지는 예측불허인 상태이다. 최종결정은 내년중 EC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지겠지만 앞으로 1∼2년동안 런던과 프랑크푸르트간의 유치전은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독일에 패배한다면 이미 뉴욕과 동경에 상당한 영향력을 잠식당하고 있는 런던은 세계최대 금융중심지의 자리를 완전히 잃게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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