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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졸업 박화중군 어머니 이영숙씨(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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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졸업 박화중군 어머니 이영숙씨(대학로)

입력
1992.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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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 등하교길 「휠체어 모정」 20년/소아마비로 하반신 마비/국교 입학때부터 「발노릇」/“또다른 미래위해 고난의 길 다시 시작”20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외아들의 등하교길을 인도해온 「휠체어 모정」이 오는 24일 그 보람의 결실을 갖는다.

이영숙씨(55·서울 은평구 갈현동 시티아파트 101호)는 요즘 아들 박화중군(25·연세대 신학4)이 검은 가운과 사각모를 쓴 대견한 모습을 그려보며 감회에 젖어 있다.

생후 15개월에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을 국민학교부터 휠체어를 밀고 다닌 지난 세월의 고생이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뀌고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평점 4.0만점에 3.2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이씨의 「아들발노릇」은 그동안 하루생활의 시작이며 끝이었다.

아침 7시면 휠체어를 밀고 집을 나와 택시에 태워 강의실까지 데려다 주고 끝나는 시간을 기다려 다시 학교에 가 아들과 함께 하교해야 하루가 끝났다.

넉넉지않은 살림에 한달 10만원이 넘는 택시값도 큰 부담이었으나 택시 운전사들의 승차거부도 힘든 일이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휠체어를 미느라 우산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 비를 흠뻑 맞아야 했다.

또 시험이 시작되거나 강의실 이동이 잦은 날에는 아예 학교에 남아 아들을 도왔다.

이씨는 목사인 남편 박윤권씨(60)가 해외선교활동 등으로 집을 비울때가 많아 거의 혼자 힘으로 아들과 세딸을 키워왔다.

박군의 어릴적 꿈은 「스티븐 호킹」처럼 위대한 천체물리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3때 자신의 몸과 집안형편으로는 정상적인 학자가 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레 판단,대학진학을 포기하기도 했다. 고교졸업후 약 2년간 정신적 방황을 거듭해온 박군은 점차 자신의 삶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삶의 본질에 접근하고 싶어 신학과에 입학했다.

박군은 지난 4년간의 대학생활에 대해 『축제·미팅·졸업여행 등 일상적 낭만은 맛보지 못했지만 가장 즐겁고 편안한 나날들이었다』고 회고한다.

박군은 많은 책을 읽고 싶어도 열람실 통로의 계단때문에 도서관에 갈 수 없었던 일을 대학생활의 유일한 아쉬움으로 기억하고 있다.

박군은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본격적인 신학자로서의 수업을 받을 계획이다. 요즘은 성서연구의 기초인 영어 히브리어 라틴어 등 외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어머니는 아들의 또다른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 걸어온 고난의 길을 다시 출발하기 위해 마음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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