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 정치낙제국/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 정치낙제국/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2.16 00:00
0 0

일본은 경제에서는 빼어난 우등생이지만 정치는 낙제점수인 것 같다.이런 느낌은 언제나 가져온 것이지만 이른바 교와(공화) 오직사건과 사가와(좌천) 정치자금 스캔들로 정국이 뿌리채 들썩거리는 요즈음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일본의 지난해 무역수지가 정부의 예측보다 2배 가까운 흑자를 기록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지난 1월중 흑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3배나 늘었다. 기업인들은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통계수치는 정반대이다. 이에 비해 정치는 어떤가. 엊그제 사가와규빈(좌천급편)이라는 운송회사의 옛 경영진이 구속된후 국회해산설이 더욱 그럴듯한 설득력을 갖게 됐다. 정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든다면 방법은 그것 뿐이라고 집권 자민당의 지도층 의원들이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사가와로부터 채무보증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한 부동산업자의 말은 더욱 큰 충격을 가했다. 그는 구속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이 사가와규빈의 와타나베 전 사장을 구속하면 일본은 끝장이다』고 말했다.

정계 실력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그를 처벌할 수도 없겠지만,만일 구속한다면 엄청난 파문이 일어나리라는 엄포로도 해석되는 이 말은 허풍이 아닌 것같다. 우리도 많이 들어본 소리다.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와타나베씨가 정계에 뿌린 돈이 수백억엔에 달하며,1백명이 훨씬 넘는 여야정치인이 관련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보도와 함께 한 야당의원은 사가와측의 도움으로 30억엔의 융자를 받았음을 자진해서 고백했다. 여당의 지도층 인사들이 얼마를 받았는지 차례로 들통날 것을 예고해주는 전주곡같다.

전후 최대의 정치태풍으로 예고된 사가와 사건이 몰고올 풍파가 두려워 일본정부와 여당은 지금 정치개혁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또 야당들은 정치부패방지법안을 끝냈다. 부패의 재발을 막기위해 오직 사건관련자의 처벌을 강화하고,7년정도 까지는 의원 입후보를 못하게 하자는 연좌제를 내용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들이 신통한 효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 정치의 정경유착 생리를 구조적 부패요인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주말인 15일 동경거리는 여느때나 다름없이 평온했다. 나가다조(영전정·일본정치 1번지)는 들썩거려도 시민생활에는 변함이 없다. 우등생 경제가 나라를 지탱해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