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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분리의 원칙/기업이 정치희생물 돼선 안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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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분리의 원칙/기업이 정치희생물 돼선 안된다(사설)

입력
1992.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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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선거의 해다. 또한 경제적으로 국제경쟁력 회복 등 재도약의 기반을 갖추어야 하는 중대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경제가 정치에 휘말리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국민당을 창설,정계에 「미지수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그룹이다. 정 전 회장은 현대그룹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했다고 하나 특수관계가 하루아침에 끊어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정 전 회장은 여전히 현대중공업 등 주요 계열기업의 대주주다. 정 전 회장과 일체화 되어있다시피한 국민당의 자금은 그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고 그의 돈은 현대그룹 계열기업의 보유주식 매각이나 이익배당금 등등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은행융자금 등 자금이 선거로 「유출」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천명하고 사실 은행,증권감독원,국세청 등에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현대그룹이 주요표적이 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현대그룹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부 사이에 샌드위치가 되고 있다. 정 전 회장의 「위협적」인 정계진출로 바로 정치회오리의 한가운데 서게된 셈이다. 현대그룹은 우리나라 제1의 재벌그룹이다. 국민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견인차의 하나다.

현대그룹의 게열기업들이 정 전 회장과 정부의 대결로 상처를 입는 것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 여기에 정경분리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이 원칙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쌍무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정주영 국민당수 자신이 현대그룹을 국민당 정치활동에 직·간접으로 관여시키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 전 명예회장이 현대그룹 사장단회의에 불쑥 참여,공공연히 협조를 요청했거나,국민당 지구당 창당대회에 현대그룹 계열회사 사원들이 참여를 종용받거나 또는 국민당 입당을 「권유」받는 것 등은 불법은 아니더라도 현대그룹과의 「단절선언」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현대그룹 계열기업의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부당한 압력이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현대그룹의 정세영회장은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이 증권당국에 의해 계속 거부되자 지난 1월 하순 증권감독원에 이의제기 진정서를 제출한 일이 있다. 현대그룹 산하의 금강개발(30억원),현대강관(1백억원),현대자동차(1백억원),현대정공(1백억원) 등 4개 계열기업이 지난해 10월 기채조정위에서 사채발행 제한조치를 받았다.

또한 현대정공(4백89억원)과 현대종합목재(1백98억원)도 지난해 8,9월부터 유상증자를 신청해 놓고 있으나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증권당국은 현대그룹 대주주가 그동안 행한 지분주식의 대량 매각에 대한 제재라고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정세영회장은 진정서에서 대주주의 지분주식 대량매각이 극동정유의 유상청약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현대그룹 게열사는 은행,단자사들의 신규대출이 거의 중단되고 사실상 직접금융조달의 길이 막혀있는 셈이라는 것. 또한 현대건설이 수주한 리비아발전소 건설 18억달러 사업에 대한 은행보증 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다. 현대그룹이 정치게임의 희생이 돼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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