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부문 관장 전담… 위상싸고 해석분분/크렘린의 권력투쟁 관련 “떠오르는 샛별”지난해 연말이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급부상해온 알렉산데르 루츠코이(45) 러시아부통령이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매우 불안정한 현상황을 감안할 때 농업부문을 추가로 관장하게된 루츠코이의 최근 위상변화는 크렘린궁 내부의 또다른 권력투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13일 러시아최고회의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루츠코이 부통령이 농업부문을 관장토록 했다』고 발표하고 『루츠코 부통령과는 12일 만나 이미 합의를 보았다』고 전했다.
옐친은 자신의 개혁정책을 가장 강도높게 비난해온 루츠코이의 지지세력을 의식한듯 『루츠코이는 2주에 한번씩 러시아대통령인 본인에게 농업부문에 관해 보고하고 러시아최고회의에도 월 1회 출석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루츠코이 부통령은 자신의 위상변화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러시아TV에 나와 『옐친 대통령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몇가지 점에 합의한데 대해 만족한다』고만 밝히고 더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구 소련지도층이 과거 농업부문의 실책으로 권좌에서 밀려난 예가 많음을 상기해볼 때 루츠코이 본인의 몰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루츠코이의 위상변화가 옐친의 경제개혁 실패에 대한 본격적인 정치공세로 작용할 소지도 없진 않다.
그러나 정치적 위험부담이 크고 인기도 없는 농업분야를 루츠코이가 떠맡았다는 사실은 루츠코이를 중심으로한 반 옐친진영에게는 결코 반가운 소식일수 없다.
옐친은 루츠코이의 농업부문관장 사실을 전격 발표한 직후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으며 옐친지지 대의원들은 현장에서 30여초 동안 폭소를 터뜨림으로써 옐친이 여전히 크렘린궁의 주인임을 과시해 보였다.
사실 신생 독립국가연합(CIS)의 출범과 함께 닻을 올린 「옐친호」는 출항벽두부터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붉은제국이 공중분해된 이후 정치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지난 1월부터 단행된 가격자유화 조치마저 엄청난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 옐친대열의 선봉에 나선 루츠코이의 위상변화는 태풍의 눈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즈베스티야지가 최근 『또한번의 반동이 있다면 그 반동의 주역은 루츠코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듯이 루츠코이는 아나톨리 소브차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등과 함께 떠오르는 샛별로 부각되고 있다.
루츠코이는 지난해말 소연방 해체와 관련해 『러시아정부는 무질서한 음모의 온상』이라고 맹비난한 뒤 『소련식의 붕괴가 러시아에서도 재현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초부터 시작된 대규모 반 옐친집회에도 루츠코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분분한 가운데 옐친과 루츠코이의 힘겨루기가 이제 본격 시작된 느낌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은 지난 88년 당시 제2인자이던 강경보수파의 거두 예고르 리가초프를 공산당 농업담당자리에 앉혀 거세시켰지만 흐루시초프는 엄혹한 스탈린치하에서 농업분야를 맡아 크렘린궁의 주인이 되기도 했다.
공군대령 출신의 아프간 전쟁영웅으로서 과거 공산당세력 및 군 KGB내 온건파의 지지를 독차지했던 루츠코이가 옐친과의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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