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정부보조… 임금부담 덜어/지능 예상밖 우수… 옛서독인 몰아내【베를린=강병태특파원】 베를린 노동시장을 값싼 동독인력이 점령하고 있다.
통일후 동독지역에서는 경제구조 개편의 여파로 1백여만명이 실업자가 됐으나 서독에서는 통일특수에 힘입어 실업률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유독 통일의 중심수도 베를린에서는 상황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즉 동베를린과 주변 동독지역의 값싼 인력들이 서베를린 쪽으로 몰려 서독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독의 실업률은 5%선으로 90년의 6%선 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통일에 따른 경기호황을 톡톡히 누린 서베를린에서만은 실업률이 오히려 늘어 10%선을 넘어섰다.
이같은 기현상은 서베를린 기업들이 임금이 싼 동독인력을 선호하고 대신 기존 고용인력을 정리해 버리는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를 따른 결과다.
독일에서는 매년초 산업별 노조와 고용주단체간의 협상에 의해 개별업종단위의 임금기준을 결정한다. 현재 이 업종별 임금기준은 집세 등 물가수준과 노동생산성 등을 감안,동독지역이 서독지역보다 대체로 40∼50% 낮게 차등 책정돼있다. 이 때문에 동독지역의 고급인력들이 서독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아직 노동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못된다.
그러나 베를린은 동독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동베를린과 주변지역의 실업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실업자가 아닌 경우에도 대우가 나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밀려든다. 새로운 기술과 자본주의 적응기회를 앞서 얻으려는 열망도 작용한다.
한편 서베를린 기업들이 동독인력을 선호하는 것은 낮은 임금때문만은 아니다. 동독근로자들은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높은 교육수준과 숙력된 기능을 갖고 있어 단기간의 적응훈련을 통해 서독근로자들에 못지 않은 노동 생산성을 발휘한다. 서독 근로자들에 비해 대체로 「순수」하고 성취의욕도 높다.
특히 기업들은 동독실업자를 고용하는 경우 일년간 정부로부터 전체임금 비용의 50%를 지원받는다. 이에 비해 서독근로자들에게는 과거 분단시절 다른 서독지역보다 일정액의 수당을 더 얹어주는 「베를린 특별수당」 제도가 아직 시행되고 있어 이 부담이 없는 동독인력 채용에 한층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서베를린에 일자리를 얻어 동베를린과 주변지역에서 출퇴근하는 「펜들러」(통근근로자)로 불리는 동독인력은 13만명 이상에 이른다.
이들 통근자의 대부분은 17∼30세의 기능인력과 단순업무직 근로자들인데,철강 전자 건축분야 및 판매직종에서는 인력공급이 오히려 부족할 정도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거 다른 서독지역보다 「특별대우」를 받던 서베를린 근로자들은 그동안 낮춰 보던 동독근로자들에게 밀려날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중에는 신규 채용된 동독근로자들의 적응훈련을 맡아 일껏 일을 가르쳐 주고 나자 자신은 해고통보를 받았다는 기막힌 사례도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동독인력의 서베를린 진출에 가장 큰 피해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단순노동인력의 20% 이상을 차지해온 외국인 수입인력은 통일후 급격히 증가,현재 32%에 달한다.
동독인력은 장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거 서독이 안고있던 노동력부족,특히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수반하는 외국노동력 수입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이다.
이는 통일직후 동독의 대량 실업사태에 「독일경제위기론」을 외쳤던 외부의 시각이 단견이었음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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