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을 정도의 무수한 선상 폭력”이제 32세밖에 안되는 황경연씨(부산 동래구 연산8동 364의1)는 배를 타면서 「영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얼굴이 겉 늙거나 행동이 노인 같아서가 아니다. 지난해 5월 원양어선에서 상급성원에게 폭행 당해 아랫니가 빠져버려 웃는 모습이 나이 들어 보이는 때문이다.
이 일로 하선한 황씨는 지난해 9월 선상폭력 피해자들을 모아 전국선원피해자 협의회를 조직,회장을 맡았다.
지난해 10월 재야 인권단체들과 함께 「선상폭력 근절과 선원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위원장 박현서 한양대교수)를 구성한 뒤 각종 집회,공청회,기도회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며 『뱃사람들이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호소한다.
상주공고 2년때 가정형편으로 중퇴한 황씨는 군복무를 마친 85년부터 목공일을 하다 결혼자금 등 목돈을 마련키 위해 배를 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꿈과 희망의 뱃길은 오육도를 돌아 나가는 순간부터 선장과 상급선원들의 폭행과 욕지거리로 「살인지옥」으로 바뀌어 버렸다.
신참선원들은 변변치 못한 식사에다 하루 18시간 가량의 노동,거의 매일 갑판장과 상급선원들의 구타 등으로 노예같은 생활을 해야 했다.
황씨도 『너무나 힘들어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동료에게 말한 사실이 상급자에게 알려져 발로 얼굴이 밟히는 폭행을 당해 이가 부러졌다.
황씨는 지난해 10월 1주일동안 여관에 틀어 박혀 자신과 동료들의 경험담을 모은 1백80여쪽의 「현대판노예선」이라는 책을 써냈다.
『TV에 나오는 ○○참치,○○오징어라는 요란한 광고 뒤에는 선원들의 무수한 피와 땀이 있다』는 황씨는 『10년,20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선상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다짐한다.<김광덕기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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