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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사태·선거철… 다시 부각되는 「불법입국」(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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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사태·선거철… 다시 부각되는 「불법입국」(세계의 창)

입력
1992.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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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멕시코인 「불청객」 밀물/철책도 법도 “무용지물”/“국경만 넘자”… 이미 수백만명/고속도로 타고 입국 TV장면에 국민들 아연/값싼 노동력 한때 「필요악」… 이젠 주재정 큰 부담【뉴욕=김수종특파원】 미국의 불법입국자 문제는 어제 오늘의 골칫거리가 아니지만 요즘같은 대량해고 사태와 선거철을 맞아 한차례 크게 부각될 것 같다.

불법입국자 문제가 갑자기 국민적 관심을 끈 계기는 며칠전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에 있는 멕시코 국경검문소를 통해 멕시코인 수십명이 고속도로를 타고 차량사이를 헤치며 미국으로 몰려오는 광경이 텔레비전화면을 통해 전국에 방영되는 충격적 장면이었다. 대개 불법입국자들은 국경선에 친 철망을 타고 경비원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날 멕시코인들은 고속도로 검문소에 미국 이민국 직원들이 서있지않는 허점을 찔러 벌떼처럼 도로를 타고 미국령안으로 들어와 흩어지는 수법으로 미국 이민국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미국처럼 불법체류자의 천국은 없다. 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일단 국경을 넘기만 하면 좀체로 적발되지 않는다. 이들 불법체류자가 낳은 아이는 속지주의에 의해 엄연한 미국시민이 된다. 연방제인 미국은 주정부나 시정부에서 연방법 위반자인 불법체류자를 단속할 직접권한도 없고 그러려고도 않는다. 또 연방이민국은 미전역에 널려있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난 86년 이민법이 개정돼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불법체류 여부를 확인할 법적 의무를 지도록 했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얻기위해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

따라서 3천㎞에 이르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을 통해 멕시코인들이 불법입국해 오고 있다. 미 이민국이 이들을 붙잡아 송환하면 그 즉시 이들은 미 이민국 직원들이 두눈을 뜨고 보는데도 국경철책에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달라 붙는다.

이민국통계에 의하면 지난 86년 국경을 넘다 체포된 멕시코인은 1백76만명이었다가 이민법 강화로 89년에는 95만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작년에는 1백13만명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사실 체포된 숫자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숫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민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상당수가 국경을 넘을때 체포되지만 또한 상당수는 무사히 국경을 넘어 LA나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몇차례의 사면령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멕시코인 불법체류자가 수백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은 한때 값싼 농장노동력을 제공하는 등 주경제에 필요악이라는 인정도 받은적이 있지만 이제는 주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불청객이 되고 있다.

최근 사태로 충격을 받은 미국정부는 멕시코인의 불법입국을 막을 방도를 짜내고 있다. 우선 단기처방으로 이민국 직원을 증원하고 국경검문장비를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걸프전쟁에 사용됐던 야간조명장비와 차량을 이민국이 사용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또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추방한다든가 영주권 위조방지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일시적으로 불법이민을 줄일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 치유방법은 아니라는데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유는 미국과 멕시코간에 소득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즉 멕시코인들에게는 미국이 일자리가 많고 매력적인 나라로 흡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멕시코정부 사이에 협상이 진행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되어 멕시코내 고용기회가 늘어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이 현실화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과 멕시코의 경제력이 크게 차이가 날뿐아니라 멕시코의 경제발전 잠재력은 너무나 산만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철망으로 다 둘러친다해도 불법입국자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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