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표방 기업판매 전략에 비판의 소리/자동차·합성세제 메이커들 주력/“오염주범이 「무공해」등 기만선전”【베를린=강병태특파원】 환경보호를 표방한 이른바 「녹색광고」를 판매전략으로 앞세우는 독일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각종 미디어를 통한 기업 및 상품광고중 약 20%가 환경보호를 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이 녹색광고에 연간 수십억마르크를 쓰고 있고 이는 매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높은 환경보호의식을 겨냥한 이 녹색광고는 환경보호 효과를 과대포장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따라 이 과대포장을 벗기려는 소비자단체 등의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독일기업중 녹색광고에 주력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는 미 GM의 자회사인 오펠(Opel)이 꼽힌다. 독일 광고대행업협회 등에 의해 여러차례 「올해의 녹색광고 대상」을 수상한 오펠사는 자사자동차의 연료 절감효과를 환경보호측면에서 부각시키는 광고를 통해 실제 판매경쟁에서도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오펠사가 최근 활자매체에 내고있는 대형 천연색광고는 자동차 대신 이슬에 젖은 풀속에서 큰 귀를 세우고 있는 실물크기의 토끼를 등장시키고 있다. 이 아름다운 사진 위에는 『들어봐,들어봐,오펠은 휘발유소비를 낮췄어』라는 광고문안이 쓰여있다.
이 광고에서 오펠사는 지난 10여년 사이 환경보호를 위해 자사모델의 연료소비량을 25% 낮췄음을 강조하며 「좋은 환경을 위한 좋은 자동차」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다.
오펠뿐만 아니라 벤츠 BMW 등 자동차메이커들은 모두 이같은 녹색광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바이엘과 같은 화학공업그룹,합성세제메이커 헨켈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기업일수록 자사제품을 「환경친화적」 「천연적」 「생활학적」 또는 「무공해」라고 광고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환경보호와는 별관계가 없는듯한 기업까지 녹색광고에 나서고 있다. IBM은 자사컴퓨터가 오존층 파괴 산성비 등 환경파괴현상을 연구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작은 활자로 된 근거설명을 붙여 『IBM컴퓨터는 자연보호에 이바지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환경보호와는 전혀 무관한 독일전통 소주메이커 운터베르크사는 최근 「유엔환경보호사업공식 후원업체」임을 내세워 녹색광고 대열에 끼어 들었다.
이같은 기업의 녹색광고는 일반소비자에게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녹색광고의 과대포장 경향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메이커들이 연료절감 및 유해배기가스 감소를 내세워 「환경보호기업」으로 선전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한다. 자동차 한대당 환경오염 영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판매량이 계속 늘어 자동차메이커들의 환경오염 책임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다.
적극적인 거짓 녹색광고도 지적된다. 벤츠사는 최근 새로 내놓은 S클래스 벤츠승용차를 자원재활용 개념을 전면 적응해 만들었음을 내세워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최초의 자동차」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호단체들은 벤츠승용차 한대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이미 50톤의 쓰레기가 배출된다는 점을 들어 이 광고를 신랄히 비난하고 있다.
합성세제메이커들이 「완전분해되는 최초의 무공해세제」 등의 광고를 하는 것도 『무공해세제는 있을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과대포장된 녹색광고 사례가 늘어나자 소비자단체의 제소로 법원에 의해 과대 허위광고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도 있다. 포장우유메이커인 뮐러우는 『재활용할 수 있는 폴리스티롤용기만을 쓰고있다』고 선전해왔으나 실제 재활용 실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 광고중단명령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녹색광고에는 일반광고보다 고도의 정직성 교육성 및 윤리성이 요구된다』며 『과대광고된 녹색광고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신뢰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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