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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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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달러화 다음으로 세계 제2위의 국제통화인 독일의 마르크는 우연하게 동서독의 통합과 때를 함께 하여 도안과 지질을 바꾸었다. 새로운 마르크지폐가 등장하게 된 것은 통독에 대비하였거나 시기를 맞춘게 아니고,구 서독의 중앙은행이 이미 88년부터 바꿀 계획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 화폐의 필요성은 복사기술의 혁명적 발전으로 인한 위폐의 속출과 자판기 이용에 지질의 강도가 부족한 이유였다. 통독과 더불어 먼저 1백마르크와 2백마르크짜리가 나왔다. 도안에 나온 인물은 유명한 작곡가 슈만의 부인이며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과 학자인 파울 에리히­. 독일 국민의 정서에 부합한 선택이겠으나 우리로선 약간 뜻밖이라면 뜻밖이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우리나라 지폐엔 3명의 역사적 인물이 그려져 있다. 1만원권은 세종대왕,5천원권 율곡 이이,1천원권은 퇴계 이황선생이다. 세 종류에 한결같이 조선조시대의 인물이 선택되었다는 것도 특이하다. 한국조폐공사는 「남북한이 공감할 수 있고 종류를 쉽게 구분할 새로운 화폐의 시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슬그머니 없던 일로 덮어버렸다. ◆어떻게 된 곡절인지는 알바가 아니다. 다만 한가지 발상이 줏대도 없고 터무니가 없다는게 문제다. 「남북한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이라는 조건과 제약이 무슨 근거에서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남북한이 공감한다면,북에서 기피하는 인물은 애초부터 선정대상에서 조차 제외한다는 말인가. 또한 그 기준은 어디에 둔다는 것인가. 북의 어느 누구와 상의라도 해보겠다는 뜻인가. 의문은 꼬리를 문다. ◆민족의 일체감과 화합도 통일을 위해 중요하지만 줏대가 있어야 한다. 줏대가 없는 통일접근이나 논의는 오히려 혼란만 일으키고 사리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중심이 꽉 잡히면 이눈치 저눈치 살필 이유가 없다. 왜 이런 유치하고 우둔한 발상이 가끔 고개를 내미는지 답답하다. 통일이라면 미리 과천에서부터 기는 자세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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