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간섭 경제의 걸림돌”/“인기주의 예산편성등이 문제/인사신중 정책 일관성 염두를”국무총리와 부총리 무역협회회장 등을 역임한 경제계의 원로 남덕우 무역협회 명예회장이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전국경영자연찬회에 연사로 참석,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키 위해서는 고위당국자를 포함,정치인들의 일대각성이 필요하다고 질타해 정·재계 등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남 전 총리의 이같은 강도높은 비판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에 대한 각계의 우려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앞으로 그 파장이 주목된다.
남 전 총리는 「한국,오늘의 위상과 기업인의 역할」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가 이대로 가면 과거 남미국가처럼 정치·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남 전 총리는 톡히 『경제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인기주의를 탈피,행정의 능률과 안정을 확보하고 경륜과 지도력을 발휘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대통령은 인사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부득이 장관을 바꿀때는 해당부처의 직무의 안정과 능률 등을 고려하고 고급 공무원의 자질향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 전 총리의 연설 요지.
총체적 난국이란 위기감은 어디서 오는가. 우선 정당과 의회는 국가의 당면과제를 외면한채 내각책임제·선거·정치자금·계파 갈등을 놓고 당리당략에 여념이 없다.
난국극복을 위한 정치적 지도력은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정치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86년이후 모처럼 무역흑자 시대가 도래했을때 정부는 통화증발·증권투기·토지투기로 연결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고 기업도 여유자금을 기술혁신에 투입해야 했다.
정부와 기업은 또 노사분규 등 사회적 혼란에 대처하지 못했고 이 결과 흑자시대는 일장춘몽으로 끝났고 우리경제는 통화량·임금·금리·물가가 너무 높고 환율의 대외가치가 과대평가되는 등 옛날의 「고압형」 체제로 되돌아 갔다.
이는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정치적 편의에 종속됐기 때문인데 선거때 통화증발,정치공세에 영합하는 소비성 재정지출의 팽창,양특적자의 확대누증,광범위한 가격통제 등 부작용을 낳았다.
지금도 우리는 몇차례의 선거를 앞두고 또 그에따른 악영향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 경제만이라도 살릴 길은 없는가.
먼저 행정의 안정과 능률을 확보하고 정책수립과 예산편성에서 인기주의를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도자의 확고한 경륜과 리더십이 중요하며 지식인과 매스컴의 사회교육 활동이 절실히 요청된다.
나아가 경제활력을 되찾으려면 사업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불합리한 정책 등이 없어야 한다.
또 기업은 믿을곳이 있어야 하는데 우선 정부를 믿을 수 있어야 하고 특히 법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원하며 공정한 법의 집행을 희망한다.
고위공무원 등도 보다 분발,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해결해야 한다.
산업정책의 기본과제는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의 국제적 비교 우위를 통한 부품공업에서 찾아야 하고 그를 위한 적극적 진흥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리더십은 우리사회의 시대적 요청이며 기업인들은 지난 40년간 이 나라 경제를 건설한 주역이었던 점을 인식,앞으로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을 발휘,오늘의 고난을 이겨 나가야 할 것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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