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땅짚고 헤엄치기로 재미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일흔살의 고아원장 할아버지가 10대의 고아원생 세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 해왔다는 끔찍스런 사건이 지난달 들통났었다. 10대래야 열아홉살이 끼여있긴 하지만,두 아이는 모두 열두살짜리 손녀뻘이었다. 이 고아원장에게 고아들은 영락없는 「밥」이었던 셈이다.대학의 장학금을 다루는 장학계장이 6천만원을 쓱싹했다면 그저 그렇고 그런 횡령사건이라고 칠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징병업무를 다루는 병무청 직원이 진단서를 위조하고,소변에 약을 넣어 병이 있는 것처럼 꾸미고,의사와 짜고 허위진단서를 꾸몄다면 이 나라의 병역의무가 「밥」이 된 셈이다.
돈이 있으면 무죄요,돈이 없으면 유죄가 된다해서 「유전무죄요,무전유죄」라더니,이제는 돈에 따라 병역이 면제될 수 있으니 「유전면제요 무전현역」이 됐다는 얘기다.
대학교수님이 입학시험을 치른 딸의 답안지를 고치고,육군상사가 소총의 총열을 빼다 팔았다면 자기 목숨을 팔아넘긴거나 다름이 없다. 말하자면 배가 고프다고 자기 팔·다리를 떼어 먹는거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래도 약과라고 할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면 이 나라의 「정의」를 지키는 사법조직의 주춧돌이다. 모든 범죄,모든 시비를 가리는 「증거」를 「증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없다면 이 나라의 사법조직은 존재할 수가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감정 관계자가 전문적인 문서위조 조직과 관련돼 있다는 혐의가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실제로 11일 서울지법의 한 공판에서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물리쳤다.
그렇다면 강기훈씨의 소위 「유서대필사건」을 비롯해서 수많은 사건들이 문제될수도 있다. 국가기관의 감정을 감정해야 되는 이 나라 법과 정의의 위기다.
도대체 지금 이 나라의 뼈대를 이루는 국가기관의 공복과 지도계층의 윤리적 파탄이 근본적인 문제다. 국가권력을 총칼로 차지하고,총칼로 나라를 다스린 비극의 결과다.
『사사로움으로 공을 해치면 충이 아니다』고 했다(춘추좌전). 또 율곡은 가르쳤다. 『얻는 것을 보거든 의를 생각하라』 그것이 이 나라의 전통이었다. 그 전통이 지금 온데간데 없다.
이 나라가 주저앉지 않고 계속 발전하자면 그야말로 혁명적인 자기개혁이 필요하다.<논설위원>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