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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망언외교(정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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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망언외교(정경희칼럼)

입력
199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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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미스형사는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외사관계 전문가다. 그는 일본 나카모토공업의 미국본사인 나카모토 타워 준공기념 파티때 일어난 살인사건을 수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존 코너형사를 대동하고 현장에 도착한다.마이클 크리취튼의 소설 「떠오르는 태양」은 스미스형사의 끈질긴 추적으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일본의 본색을 파헤치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돼있다. 작가 크리취튼은 두 형사의 입을 빌려 지금까지 숱한 일본 비판론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백과사전처럼 나열한다.

그는 일본이 어떻게 불공정경쟁을 하고 있으며,일본이 본질적으로 지독한 인종주의 문화임을 지적하면서 실컷 욕한다.

요즈음 미국의 신문과 텔레비전에는 「일본 두들겨 패기」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뉴욕의 폰티악자동차 딜러들이 만든 텔레비전광고는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해서 지난 1월 일본 중의원의장 사쿠라우치가 한 말을 큼지막한 글씨로 비춘다. 『문제의 원천은 미국 노동자의 질이 떨어진다는데 있다』는 문제의 「망언」이다. 미국사람들은 게으르고,노동자들의 3분의 1은 글도 읽을 줄 모른다는 모욕적인 발언을 시청자들에게 다시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사람들의 분노를 부채질해서 미국 자동차를 사라고 강조하자는 광고다.

사쿠라우치의 「망언」 파동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수상인 미야자와가 『미국의 노동자들은 직업윤리가 결여돼있다』는 또 하나의 망언을 터뜨려 미국이 벌집 쑤신 것처럼 요란한다.

그러나 일본의 망언으로 말하면 한국이 최대의 피해자다. 벌써 39년전인 53년 한일회담에서 『「일제 36년」이 한국을 위해 좋은 일도 했다』고 했던 소위 「구보다(구보전) 망언」이 그 제1탄이었다.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고,철도를 깔고,땅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사실과 정반대의 망언이다. 그뒤 일본은 이런 식의 망언을 심심하면 되풀이 해왔다.

최근 「쇼꿍(제군)」이라는 잡지는 말했다. 『한국은 왜 과거만 들추나』,『정신대는 공창이었다』고. 그렇다면 정신대를 만든 덴노(천황)가 「포주」였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폭언이다.

일본은 지금 눈 딱 감고 이런 「망언외교」를 미국에 대해 시도하고 있다. 엉뚱한 모욕을 줘서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흐리자는 일종의 「망나니전술」이다. 모욕과 사과를 되풀이함으로써 「시장개방」 문제를 얼렁뚱땅 없는 것으로 하자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해적활동밖에는 「외교」를 해보지 못한 섬나라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먼저 망나니 근성을 청산해야 할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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